— 사라지지 않은 온도의 끝에서
새벽의 병동은 언제나 비슷했다.
잔잔히 이어지는 CST 파형은
오늘도 내 손끝을 조금 안심시켰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불빛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하루의 끝을 맞고 있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긴 세월 동안
내가 본 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능소화처럼 짧게 피고
사라진 그녀.
병원을 집어삼키던 불길.
그 이후로도 많은 불을 봤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불,
누군가의 마음을 덮는 불,
그리고 아주 작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불들.
어쩌면 나는
그 불길을 따라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병동은 여전히 시끄럽고
나는 여전히 작은 일에 흔들린다.
그래도
뒷걸음질은 치지 않기로 했다.
불이 남긴 온도를 알고 있으니까.
이 새벽이 지나고 나면,
내일 아침이 오겠지.
병동의 불이 켜지고,
콜벨이 울리고,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고,
또 누군가의 심박이 파형을 그리겠지.
그날의 불씨는 사라졌지만,
내 안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따듯한 온도가 남아 있다.
매 순간 벗어나려 했지만,
나는 늘 돌아오고 있었다.
그 이유를
나는 이제 조금 안다.
내일도,
모레도,
또 그다음 날도—
나는 이곳으로 걸어올 것이다.
마음이 다하는 한.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