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 불이 남긴 온도

— 사라지지 않은 온도의 끝에서

by 불망

새벽의 병동은 언제나 비슷했다.


잔잔히 이어지는 CST 파형은

오늘도 내 손끝을 조금 안심시켰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불빛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하루의 끝을 맞고 있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긴 세월 동안

내가 본 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능소화처럼 짧게 피고

사라진 그녀.


병원을 집어삼키던 불길.

이후로도 많은 불을 봤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불,

누군가의 마음을 덮는 불,


그리고 아주 작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불들.


어쩌면 나는

그 불길을 따라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병동은 여전히 시끄럽고

나는 여전히 작은 일에 흔들린다.


그래도

뒷걸음질은 치지 않기로 했다.


불이 남긴 온도를 알고 있으니까.


이 새벽이 지나고 나면,

내일 아침이 오겠지.


병동의 불이 켜지고,

콜벨이 울리고,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고,


또 누군가의 심박이 파형을 그리겠지.


그날의 불씨는 사라졌지만,

내 안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따듯한 온도가 남아 있다.


매 순간 벗어나려 했지만,

나는 늘 돌아오고 있었다.


그 이유를

나는 이제 조금 안다.


내일도,

모레도,

또 그다음 날도—


나는 이곳으로 걸어올 것이다.


마음이 다하는 한.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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