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6-250519
룩셈부르크정원(Jardin du Luxembourg) - 팡테옹(Panthéon) - 노트르담 성당(Notre-Dame Cathedral of Paris) - 센강(Seine) -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 - 파사쥐 드 그항세(Pass. du Grand Cerf)- 마레지구(Marais) - 르 프티 피아노(Le p'tit piano)
5월 18일은 윌리엄 생일! 어쩌다 보니 4년 만에 같이 보내는 생일이다. 오랜만에 같이 맞이하는 생일이라, 윌리엄 부모님이 계신 파리로 올라가 파리 구경도 할 겸 & 가족들과 다 같이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파리로 떠나기 전, 구석구석 집을 치우고, 쓰레기도 버리고, 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짐을 싸서 파리로 향했다.
Revolut로 프랑스 계좌를 열었는데, 파리로 떠나기 전에 우편함을 확인해 보니 카드가 도착해 있었다. 무려 한 달 만에 도착한 카드..
윌리엄 생일날에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로 해서, 중간에 오흘레앙(Orléan)의 아시아 마켓에 들려 재료를 구매했다. 프랑스에서 들려본 아시아 마켓 중에 가장 깔끔!
오흘레앙에서 1시간 반정도 더 달려 파리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윌리엄 아버지 장 마르크, 새엄마 에블린 그리고 에블린의 친구분이 반겨주셨다. 근황 토크. 내 일자리 찾기는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오기 전에 돌렸던 이력서에 불합격 소식을 받아, 근황을 전달했다. 이때만 해도 일자리 찾기가 이렇게 길어질진 몰랐다.. 윌리엄 손 수술한 이야기. 윌리엄 아버지 치과에서 임플란트 상담받은 이야기 등등.
1-2시간가량의 아페호 타임이 지나고 메인 식사시간. 코트 드 보(Côte de porc, 돼지고기 등심 구이)와 그하탕 도피노(Gratin dauphinois, 얇게 썬 감자와 우유, 크림, 버터, 마늘을 오븐에 구운 요리)를 준비해 주셨다. 부드러운 감자요리가 돼지고기와 찰떡이었다. 몇 개월만 있으면 살이 엄청 찔 것 같은데, 현실을 마주하기 무서워 체중게에 올라가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항상 방문할 때마다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 와중에 가리는 거 없이 잘 먹어서 예쁘다는 윌리엄 부모님. 내가 진짜 다 잘 먹기는 했다.(ㅋㅋ)
파리에서 둘째 날, 꽁땅 가족(꽁땅, 셀리아, 폴, 마땅) & 호망 가족(호망, 뮤히엘, 밀라)과 함께 파리 시내 구경에 가기로 했다. 막냉이 마땅은 윌리엄 부모님이 봐주시기로 했다.
전날 Navigo 앱으로 미리 파리 시내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매해 놓고, 애플워치로 연동까지 해놔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호망네 가족이 표를 구매하는 것을 기다리는데, 개찰구에서 어떤 분이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 뒤에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꼭 붙어서 표도 안 찍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빵 터졌다. 오늘도 우당탕탕 프랑스.
윌리엄 부모님이 계신 파리 외곽 퐁토-콤보(Pontault-Combault)에서 30분가량 기차를 타고 가면 파리 시내로 갈 수 있다. 오늘 첫 번째 행선지인 룩셈부르크 정원에 가기 위해 기차에서 내려 메트로로 환승 후, 룩셈부르크(Luxembourg) 역에서 하차.
룩셈부르크역에서 내리면, 바로 룩셈부르크 궁전과 정원을 볼 수 있다. 입장료도 따로 없고, 한창 날이 좋아 걸어 다니기 좋을 것 같아서 정원에 가자고 했는데, 웬걸. 날씨가 너무 흐렸다. 다들 패딩, 스웨터 챙겨 입었는데, 나 혼자 반팔에 볼레로 카디건 걸쳐 입고 있어서 다들 안 춥냐고 한바탕 걱정해 줬다. 나 괜찮은데...ㅠㅠ.
가족들의 걱정은 뒤로하고, 룩셈부르크 정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룩셈부르크 정원은 나라 룩셈부르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17세기 앙리 4세 왕비 마리 드 메디치가 룩셈부르크 공작의 저택과 부지를 매입하여 이탈리아 르네상스 풍의 궁전으로 개조한다. 이것이 오늘날 룩셈부르크 궁전이 되었고, 그 주변에 조성된 정원이 오늘 방문한 룩셈부르크 정원이 된 것이다. 땅값 비싼 파리에 이만큼의 부지를 매입하여 궁전과 정원을 짓다니. 참 다시 생각해도 그 시절 프랑스 왕정의 권력은 어마어마했나 보다. 지금에야 이렇게 무료로 개방되고 파리 시민과 관광객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어주었으니, 그만하면 된 것 같기도.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우중충해서 정원을 즐기기가 어려워 다음 행성지인 팡테옹으로 향했다. 파리 시내 크기는 105 km²로, 서울의 1/6 정도로 크기다.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어 웬만하면 걸어다니기 좋아 관광객에게는 큰 장점이다.
룩셈부르크 정원에서 7분 정도 걸어가니 보이는 팡테옹. 팡테옹은 최초 교회로 건축되었으나,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위대한 인물을 기리는 국가적 기념관으로 변모했다. 프랑스혁명은 기존의 왕정과 교회 중심의 질서에서 발발하여 발생하였다. 그 결과, 권력의 중심이 종교에서 시민으로 넘어왔고, 팡테옹이 혁명적 시민정신과 국가적 기억을 집약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팡테옹에 안치된 대표적 인물로는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마리 퀴리 등이 있다.
윌리엄하고 둘이 있었으면 안에도 들어가 보자고 했을 텐데, 가족들이 다 있어서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딜 가든 파리 유명 관광지의 줄도 너무 길고, 가족 인원별로 지불해야되는 입장료도 부담이다. 폴이랑 밀라도 아직 5살밖에 안돼서, 들어가도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다. 들려봤다는 것에 만족.
팡테온도 찍먹 하고, 주변의 샌드위치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파리 학생들과 관광객에게 유명하다는 지베르 조셉(Gibert Joseph) 서점 접선. 100년 넘게 운영 중인 이 서점은 새 책뿐 아니라, 중고책도 취급하는데 주변에 소르본 대학이 있어 학생들이 교재를 사고팔면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단일 서점은 아니고 주변 거리에 여러 건물로 흩어져 운영되고 있다.
샌드위치 가게 가는 발길을 잡은 미니 퀸아망. 쇼윈도에 놓인 자태가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다. 프랑스에 와서 한 번도 안 먹어보기도 했고, 디저트에 죽고 못 사는 윌리엄 참새와 홀린 듯 들어갔다. 오리지널, 초코, 코코넛, 헤이즐넛, 오렌지 등 종류가 다양했고, 그중 4가지 맛을 골라 담았다.
퀸아망 사들고 구글로 검색한 샌드위치집에 갔는데, 8명이라 테이블 잡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다음 행선지인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의 패스트 푸트점에 가기로 했다. 주변에 맥도널드랑 버거킹이 있었는데, 둘 중에 투표로 뽑다가 갑자기 내가 고른 데로 가겠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아도 돼서 맥도널드 골랐는데, 버거킹이 더 맛있다면서 야유가.. 그럼 왜 고르래. 결국 버거킹으로 갔다.
버거킹에서 주문한 치킨 샌드위치 버거, 윌리엄은 생선 튀김 버거.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주문해서 그런지 더 맛있는 느낌.. 은 기분 탓이었겠죠? 배도 고팠고. 한바탕 식사 후, 식사에서 대화가 빠질 수 없는 프랑스인들. 얘기하다가 나한테 가끔씩 프랑스 농담을 던지는데 나는 아직 어리둥절하다. 말 따라잡는 것도 힘든데, 그 속에 든 유머 코드를 언제쯤 잡아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윌리엄한테서 도망가고 싶으면 늦지 않았다고 하길래 '응?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하다가 곧 농담인걸 알아차렸다. 앞 뒤 맥락이 있었을 텐데, 도망가기에 늦지 않았다는 것만 곧이곧대로 알아들으니 나는 농담으로 받아칠 수가 없다.
한바탕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이 귀한 프랑스에서 화장실도 차례로 다녀온 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해도 마침 쨍쨍 떠서 드디어 관광하는 느낌이 났다. 센강을 건너면 나타나는 노트르담 대성당.
2019년 4월 15일 화재로 지붕 전체가 전소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5년 만인 2024년 12월에 재개장했다. 그 과정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복구해야 된다,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 등의 의견이 대립했는데 결국 후자의 방식으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 소설 노트르담 대성당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떨친 노트르담 대성당. 문학작품 하나가 이렇게 전 세계적인 명소를 만든다는 게, 그 위력이 새삼 대단하다. 정말이지 그 앞에 줄이 어마마 했다. 들어갈 생각은 1초도 하지 않고, 스테인글라스로 유명한 동그란 창을 중심으로 사진만 몇 장 남겼다.
노트르담 대성당도 찍먹 하고, 천천히 센강 걷기. 오늘 방문한 곳 중에 제일 맘에 드는 코스였다. 날이 따뜻해질 때 천천히 걷는 센강은 여유롭고 차분하다. 곳곳에 볼거리도 많아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센강을 따라 걷다가, 다음 행선지인 마레지구에 가기 전에 들린 보주 광장(Place des vosages). 햇살이 땃땃해서 앉아 있다 가고 싶었는데, 때마침 다 같이 앉아가기로 했다. 앉아서 아까 샀던 미니 퀸아망도 디저트로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너무 기름지고 달다. 그나마 오리지널맛이 따로 들어간 게 없어서 먹을만했는데, 두 번은 안 사 먹을 듯. 퀸아망 먹고 혈당스파이크 맞아서 윌리엄 무릎 베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한 30분은 푹 잤다.
보주 광장에서 에너지 충전 후에, 다음 행선지인 마레 지구 중심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작은 통로가 있어, 이 통로를 통해 지나갔는데 양 옆으로 작은 상점이 늘어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 눈동자를 확대해서 사진으로 출력해 주는 가게가 있었다. 이런 가게를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있었는데, 이게 특별한가 했는데, 유럽인들은 눈색깔도 녹색, 파란색, 연한 밤색등 다양하다 보니 기념으로 찍어놓는 경우도 있나 보다.
Passage를 통과하니 나타난 마레지구 중심.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많아, 사랑받는 장소기도 하다. 중세시대에는 귀족들이 모여 살았지만, 18세기 이후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20세기 중반부터 진행된 파리 도시 개발 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자 유대인 공동체, 이민자, 예술가, 게이 커뮤니티가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의 개방적이고 다채로운 마레 지구가 형성이 된 것이다.
마레 지구에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과 벽화가 어울어져, 분위기가 통통 튄다.
마레지구를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인생 네 컷 사진관.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인생 네 컷 사진관이 파리에..? 다 같이 찍으면 좋겠다 싶어 찍으러 가자고 했는데, 꽁땅&호망 가족은 애들이 찍는 거 아니냐면서 나랑 윌리엄만 찍고 오라고 한다. 이거 애들만 찍는 거 아닌데..ㅠㅠ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랑 윌리엄만 같이 찍었다. 파리에서 남기는 인생 네 컷. 한국에서 몇 번 찍어본 윌리엄은 포즈 잡는 것도 익숙하다.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예약해 둔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는데,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 주신다. 구글맵에서 바로 예약도 가능해서 편했다. 예약석으로 안내해주신 뒤, 아이들이 있다고 색칠놀이 장난감도 가져다주셨다. 친절 그 잡채..
음료와 엉트헤, 메인식사를 주문했다. 주문 뒤에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안쪽에 앉은 나는 피아노가 안 보여서 녹음해 놓은 거 틀어주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깐, 직접 연주하는 중이라고 한다. 오홍. 피아노 소리와 더불어 우리 뒤에는 생일파티가 한창이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뒤 서빙된 음료와 엉트헤. 꽁땅이 나 한번 먹어보라고 에스카르고를 주문했다. 에스까르고 첫인상은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 맛은 골뱅이 맛에, 그 위에 올라간 버터갈릭 소스가 맛있었다.
곧이어 내가 주문한 콩피 드 캬나(Confit de canard)가 나왔다. 프랑스 대표 오리 요리인 콩피 드 캬나는 오리 다리를 소금에 절인 뒤 오리 기름에 졸인 요리다. 맛은 짜다. 우리나라 요리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편인데, 프랑스 요리는 소금으로, 디저트는 설탕으로 딱 구분이 되어있어서 요리는 짠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간이 너무 세서 같이 나온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디저트 티라미수까지 진짜 배부르게 식사 완료.
꽁땅&호망 가족은 파리에 살고 있어서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외국인인 나를 위해 하루 종일 에스코트 해주며 같이 관광해 줘서 고마웠다. 우리나라에 비해 관광지 관람료가 비싼 편이라 현지인은 현지인 할인이 없으면 굳이 그 관람료를 지불하고는 안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놀러 오면 어떤 코스로 구경할지 고민도 된다. 오늘 20,000보 넘게 걸으면서 파리 관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