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미소리 집사입니다.

나는 오늘도 개미소리로 채워집니다

by 지숙수담

12화.


가끔은 현실이 너무 버겁다.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세상이 내게 만만하지 않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인지 실감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예쁜 척으로 마음을 숨기고,

피폐한 정신을 감추며, 아닌 척, 괜찮은 척, 좋은 척

웃음 뒤에 걱정을 한가득 품고 살아가는 여린 성격의 사람이다.


아이들의 일이 조금 풀리면 시월드의 일이 겹치고,

그 고개를 겨우 넘기면 이번엔 학업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일이 찾아오고,

은혜라 믿고 맡았던 자리가 때로는 내 마음을 조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주님,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하며 속으로 투정을 부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주님은 내 숨통이 막히지 않게

조금의 여유를, 딱 그만큼의 은혜를 채워주신다.

뜻밖의 위로, 예상치 못한 쉼,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

그분은 늘 내가 버틸 만큼만 채워주신다.


그 은혜는 많지도, 적지도 않다.

넘치지 않아서 교만하지 못하고,

모자라지 않아서 포기할 수도 없다.

딱 그만큼만 아시고 어찌 그리 아실까 싶을 정도로

주님이 내 형편과 마음의 깊이를 정확히 아시기에

내게 꼭 맞는 분량으로 채워주신다.


나는 그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가끔은 또 흔들린다.

그럴 때면 주님 앞에 어린아이처럼 울고,

금세 다시 웃으며 “죄송해요, 주님. 또 힘들다고 했죠.” 하고 고백한다.

주님은 그런 나를 탓하지 않으신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시며 다시 말씀하신다.

“괜찮다. 오늘도 내가 너를 채워줄게.”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부족한 하루가 감사로 채워지고,

불안한 마음이 다시 평안으로 덮인다.


나는 오늘도 개미소리 집사다.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확실한 믿음으로 살아간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딱 그만큼의 은혜’로.


오늘도 내 마음에 속삭임이 들려온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채워지길 바라는 그만큼,

나는 오늘도 너를 향해 은혜를 붓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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