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귀 사이

생각 하나, 독서 토론에서 타인과 부딪히는 문제


책 모임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작가는 결국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이 내 생각과 정반대였지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말 대신 예의가 우위를 차지했다.

독서 토론에서 가장 어려운 건 책의 해석이 아니다. 해석을 나누는 사람과의 간격이다. 누군가는 단정적인

어조로만 말하고, 누군가는 눈치를 보며 단어를 줄인다. 토론은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인데,

때로는 ‘맞히기 게임’처럼 변해버린다. 누가 더 똑똑한 해석을 내놓느냐, 누가 더 빨리 반박하느냐.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토론을 ‘전투’로 만든다는 거다.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자기 말의 승리를 증명하려는 싸움.

그 속에서 책은 점점 뒷자리에 밀리고, 사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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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깨닫는다. 나 역시 그 싸움에 은근히 끌린 적이 있었다는 걸. 반박의 쾌감, 상대를 무너뜨리는

논리의 손맛. 그러다 보면 책을 읽은 건지, 사람을 겨냥한 건지 헷갈린다.


결국 좋은 토론은 말보다 귀가 앞서야 한다.

내 해석을 지키는 힘만큼, 타인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힘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벽에다 대고 말하게 된다.

그렇다고 갈등을 피하자니, 토론은 금세 무미해진다. 결국 중요한 건 ‘이기는 말’이

아니라 ‘살아남는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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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가지 방법을 스스로에게 적어둔다.


첫째, 반박 전에 상대의 말을 내 언어로 한 번 다시 요약한다. “그러니까 OO씨 말은…”으로 시작하는

한 문장이, 때로는 벽을 문으로 바꾼다.


둘째, ‘하지만’ 대신 ‘그리고’로 연결해 본다. 이 작은 접속사의 변화가, 토론을 대결에서 협력으로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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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을 준비한다. 질문은 공격보다 오래 남는다.

그리고 벽은, 아무리 큰 소리를 쳐도 대답하지 않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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