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시간이 흐를수록, 지상에서의 끔찍한 기억은 희미하게 잊혀져갔다. 어린 시절의 나는 아버지를 따라 에덴의 각 구역을 돌아다녔다. 푸른빛이 가득한 인공 생태계, 거대한 수경 재배 농장, 그리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앙 제어실.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에덴은 정말로 인류의 새로운 터전이었다.
"무진아, 이 코어는 에덴의 심장 같은 거야.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이란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루멘 코어를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푸른빛을 내뿜는 거대한 코어를 보며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그때, 정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박사님, 인공 생태계의 바이오 리듬에 미세한 불균형이 감지되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루메나이트의 불안정성 때문일 거야. 생체 코어를 함께 가동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 정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박사님, 이미 폐기된 기술입니다. 루멘 코어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변수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아버지는 '자연과의 공존'을 이야기했지만, 정우는 '기술의 완벽한 통제'를 주장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우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고개를 저었고, 정우는 승리한 듯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아버지는 그날 밤, 내게 낡은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책의 표지는 붉은 덩굴 식물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진아, 정우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너는 언젠가 알게 될 거다. 이 세상은 기술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잘 간직하렴." 나는 책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아버지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수많은 연구 기록들과 함께,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약들이 널려 있었다. 정우는 아버지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에덴의 '최고 관리자'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낡은 책, 그리고 정우의 싸늘한 눈빛이 어린 나의 마음속에 깊은 의문으로 남았다. 이 의문은 훗날, 에덴의 평화를 깨뜨릴 비극의 씨앗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