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연 속으로

1장. 얼음의 경고

by 몽환

암흑은 예상보다 길었다. 탐사정은 마치 거대한 폭포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통제 불능 상태로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중력 가속도가 몸을 짓눌렀고, 윤하는 뱃속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에 신음했다. 옆에서 선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작 패널을 놓지 않았지만, 기계의 한계는 명확했다. 모든 것이 암흑 속에 잠겨 있었지만, 윤하의 손에 쥐인 고대 유물 파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 빛은 차가운 심해의 어둠 속에서 유일한 길잡이처럼 느껴졌다.


"선우 씨, 괜찮아요?" 윤하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괜찮을 리가요…." 선우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이런 속도로 추락하면… 탐사정의 내구도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충격 흡수 장치도 이미 한계치를 넘었어요."

그의 말이 맞았다. 탐사정의 외벽에서 찢어지는 듯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윤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가족을 잃었던 그날의 기억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모든 것이 사라지던 순간의 무력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절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선우가 있었고, 그의 굳건한 존재감이 희미하게나마 그녀를 지탱해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초였는지, 몇 분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갑자기 탐사정이 덜컹거리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거대한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충격과 함께, 모든 것이 정지했다.


정적. 찢어지는 듯한 금속음도, 지진 경고음도, 선우의 거친 숨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윤하의 심장 소리만이 귓가에 쿵, 쿵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안에서 빛나던 유물 파편의 푸른빛이, 마치 심연의 어둠을 뚫고 길을 안내하듯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우리가… 어딘가에 착륙한 것 같아요." 선우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비상 전원을 켰다. 탐사정 내부에 희미한 비상등이 켜지면서, 그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들은 거대한 동굴 안에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자연 동굴이 아니었다. 탐사정은 마치 거대한 손바닥 위에 놓인 장난감처럼, 완벽하게 가공된 듯한 평평한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동굴의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고, 간격을 두고 설치된 기둥들이 천장을 지탱하고 있었다. 기둥과 벽면 곳곳에서는 희미하게 빛나는 발광체들이 박혀 있어, 어둠 속에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선우가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지반 공학자로서 그는 이런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수만 년 동안 빙하 아래에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런 규모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상상할 수 없는 기술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게다가 이 깊이에서…."

윤하는 유물 파편을 든 손을 뻗어 벽면을 더듬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의 눈은 빛나는 발광체를 따라 움직였다. 그것들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었고, 마치 고대 언어처럼 느껴지는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건… 문명이에요." 윤하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빙하 아래에 잠들어 있던 고대 문명… 우리가 찾던 그 흔적이에요."

그녀는 유물 파편을 벽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편의 푸른빛이 벽면의 발광체들과 공명하듯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것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이자, 동시에 복잡한 정보의 흐름처럼 느껴졌다.


"이게… 고대 문명의 기록인가요?" 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눈에는 경외심과 함께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요. 이 파편이 일종의 열쇠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윤하는 흥분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벽면의 문양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 속에는 거대한 빙하와, 그 빙하 아래에 자리 잡은 도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인간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분명 지적인 생명체였다.


문양의 흐름은 계속되었다. 평화로웠던 문명이 거대한 재앙에 직면하는 모습, 그리고 그 재앙 속에서 무언가를 봉인하려 애쓰는 듯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그들 문명을 덮어버리는 모습으로 끝이 났다.

"재앙… 빙하기였을까요?" 선우가 추측했다. 윤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빙하기는 맞지만… 그들이 봉인하려 했던 게 뭔지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문양의 마지막 부분에 작은 점들이 무수히 퍼져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미세한 생명체 같았다. 그리고 그 점들이 퍼져나가는 곳마다, 문명의 존재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바이러스…." 선우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봉인하려 했던 건… 고대 바이러스였군요."


그 순간, 동굴 깊은 곳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존재가 움직이는 듯한 진동이었다. 윤하와 선우는 동시에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그 문 너머에는 더욱 깊은 심연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심연 속에서, 고대 문명의 마지막 생존자, 시리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 문이 단순한 고대 유적의 입구가 아니라, 수만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재앙의 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문이 열리면서, '녹아내린 시간'은 비로소 인류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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