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균열의 도시

프롤로그

by 몽환

도시의 심장이 박동하고 있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로 수백만 개의 빛이 반짝였다. 한강 위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교량들은 도시의 혈관처럼 끊임없이 자동차를 쏟아냈고, 지하 깊은 곳에서는 수많은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힌 터널을 가로지르며 소음과 진동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고, 누군가는 퇴근길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시의 심장부는 '하이드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거대한 지하 개발 사업으로 들썩였다.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내건 이 프로젝트는 인류의 기술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처럼 여겨졌다. 사람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 거대한 건설 현장 위를 활보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도시가 영원히 안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믿음은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거대한 굉음과 함께 도시의 지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지진이라 생각했다. 테이블 위의 컵이 흔들리고, 전등이 깜빡이는 정도였다. 사람들은 멈춰 서서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진동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빌딩들이 거대한 짐승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창문이 깨지고, 천장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이윽고 땅이 쩍, 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은 순식간에 거대한 균열로 변했고, 그 속으로 도로와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이 빨려 들어갔다.


도시 곳곳에서 검은 뱀처럼 솟아오른 거대한 균열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이 도시의 살점을 뜯어먹는 듯한 끔찍한 광경이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싱크홀이 순식간에 도시를 덮쳤다. 지하철은 마치 장난감처럼 싱크홀 속으로 추락했고, 그 위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허공에 매달린 채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사람들의 비명과 도시가 무너지는 소리가 뒤섞이며 지옥 같은 교향곡을 연주했다. 공중에는 흙먼지가 뒤섞인 검은 구름이 치솟았다. 그날, 하늘의 푸른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든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 도시는 더 이상 도시가 아니었다. 콘크리트 잔해와 뒤엉킨 철근,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싱크홀이 도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채 잿빛이 된 도시를 바라보았다. 생존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들의 절규는 무너진 건물에 갇힌 채 메아리칠 뿐이었다. 통신망과 전력망은 모두 끊어졌고, 도시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화려했던 도시는 한순간에 인간의 흔적만 남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것은 그날 이후의 이야기다. 도시는 왜 무너졌는가. 그리고, 이 거대한 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모두가 절망에 빠진 순간, 도시의 붕괴를 예견했던 한 남자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며 진실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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