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파스타 시킬까? 아님 리조토?
-바다 보러 갈래? 카페 갈까?
친구가, 가족이, 지인이 사소로운 질문을 던질 때면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는 아무거나 괜찮아“ 였다.
나는 이토록 취향이 없는 사람이었나.
누군가 하자고 하면 하고, 아니면 말고.
가자고 하면 가고, 아니면 말고.
되돌아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호불호가 질리도록 명확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중학교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음악을 하겠다는 확고한 고집이 있었다.
“나는 무조건 가수가 하고 싶어.”
그 말은 백 번 고민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뱉은 나의 마음의 소리였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지만 왜 말을 하기는 그렇게도 어려운 건지.
나이가 들고, ‘남의 눈치’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는 일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를 보며 “배려심 많은 사람”, “모든 걸 맞춰주는 사람”이라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줏대 없고 답답한 사람”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여름밤에 불어오는 시원한 녹색의 공기가 좋다. 한 입 남은 물냉면을 육수와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 누워 바스락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는 것, 아무도 신지 않을 법한 독특한 양말을 모으는 것, 한 겨울에 남몰래 입김을 내뱉는 것, 다치지도 않은 손가락에 귀여운 캐릭터 반창고를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음에도 이따금은 스스로에 대해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남들의 눈치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취향을 말할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어쩌면 누구보다 까탈스러울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