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모양

by 이고요

-출발!


몇 번이고 호루라기를 부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나는 도무지 출발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실패’라는 단어에 익숙해진 나였기에 겁 없이 달려가 뜀틀을 넘을 자신 역시 없었다.


두려움은 얼마나 크고 무서운 존재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건지.

어쩌면 전기가오리, 메가피라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가지고 있을 지도…


내가 가진 두려움을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아마 아주 아주 작은 먼지 한 조각 정도 아닐까?

정말 하찮고 남들 눈에는 별것 아닌 존재지만, 굴리고 굴리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숨 막히는 먼지 구덩이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두려움이란 건 본질보다 내가 부여한 의미로 자라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소했던 걱정이 ‘무조건적인 실패’라는 무게를 지니는 순간, 내 앞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의 난 먼지를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대신에, 햇빛 속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가끔 스쳐 지나가게 둔다.

지내다 보면 언젠가 먼지를 가볍게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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