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아. 어림도 없지.
아침에 눈을 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기계처럼 일어나서 루틴대로 행동할 뿐이다.
어느 정도 출근 준비를 마치면, '아, 출근하기 싫다.'라는 문장만 머리에 맴돈다.
26살, 교육팀으로 입사를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여는 점주에게 레시피를 알려주는 팀으로, 본사에 입사한 신규 직원과 예비 점주 대상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메인 업무였다. 그때 당시에는 '취업'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회사'라는 타이틀이 중요했기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출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4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회사에 불만도 쌓였고 업무 또한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시도했다. 그러나 나에게 '이직? 꿈 깨!'라고 말하듯 호기롭게 지원한 3개의 회사에 모두 서류 탈락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 했던 마음고생이 떠오르면서 '아, 맞아. 취업이란 굉장히 어렵고 괴로운 과정이었지. 무조건 환승이직이다.'라고 결심한다.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직 실패가 계속되며, 마음을 다잡고 근근이 버티고 있을 때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다. 4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독이 되었다.
평가가 좋았던 덕에(?)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자에 내가 포함되었고 2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현재 공석인 GA팀의 팀장을 맡을 것
몇 해 동안 적자였던 매장을 흑자로 만드는 프로젝트 팀의 팀원이 될 것
둘 다 너무 싫다. 어쩌지. 큰일이다.
GA는 나와 정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던터라, 팀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는 고민할 것도 없이 'NO'였다. 단 1분 1초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팀장이라니, GA에 대해서 단 하나도 모르는 내가 덥석 리더자리에 앉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흑자 매장 만들기 프로젝트'인데 말만 프로젝트이지 사실상은 앞으로의 메인 업무나 다름이 없었다. (마감기한이 없는 프로젝트였다.) 정말 자신이 없었고, 인턴영양사로 매장 운영을 간접 경험했기에 끔찍하게도 나와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괴로웠다. 모두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4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 결과가 이거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팀장 자리는 아무나 앉는 것이 아니야. 입사 4년만에 팀장을?절호의 기회야.' 또는 '흑자 전환시키면 포트폴리오에 엄청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네 역량으로 해볼만 한 가치가 있어.'라고 말이다.
그 어떤 것도 눈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내 업무에 권태감을 느끼긴 했지만 바꾸고 싶지 않았다. 재밌고 즐거웠다. 그런데 마치 누군가가 '네가 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아. 어림도 없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선택밖에 남은 것이 없는 나는 조건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던 동료와 함께할 수 있는 흑자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환승이직의 중요함를 뼈저리게 알고 있던 나였지만 그야말로 '생 퇴사'를 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