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 이사(초코소라빵)

내 집 마련의 꿈

by Gourmet

본인 명의의 집이 있는가? 초코소라빵: 예, 나: 아니오(패배)


보통 이사를 하는 날에는 짜장면을 먹는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지금은 덜하지만 옛날에는 짜장면이 비싼 음식의 상징이어서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에 먹곤 했다. 이사도 경사이니 짜장면을 먹는다. 그런데 나에게 '이사'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로 있다. 바로 말해주긴 심심하니 수수께끼를 내겠다. 짜장면과 반대로 속이 갈색이고, 짜장면처럼 열량이 높다. 정답은? 맞다. 초코소라빵이다.

이사를 하면 한동안 바쁜 사람은 엄마다. 집안의 물건들의 제자리를 기억하는 사람. 이런 엄마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아빠는 이사하고 2주 동안 아침으로 빵을 사 왔다. 첫날 식빵, 소보로빵, 앙금빵, 크림빵, 꽈배기 등 다양한 빵을 사 오셨는데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초코소라빵이었다. 그 뒤로는 아빠가 항상 내 몫으로는 초코소라빵을 사 오셨다.

초코소라빵, 이름부터 아이들의 친구친구 초코와 돌돌 말린 형태가 떠올라 귀엽다. 귀여운 음식이 맛도 좋다니 이건 반칙이다. 조개껍질처럼 반질반질한 껍데기에 하얗고 연한 빵 그리고 커스터드 크림의 질감을 가진 가나슈 내장은 뿔소라를 완벽히 재현한다. 말린 결대로 사과껍질처럼 뜯어먹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겉껍질을 한 겹 벗기면 하얀 빵이 드러난다. 또 한 겹 벗기면 초코 가나슈가 얼굴을 내민다. 빵 한 입, 우유 한 모금. 당 춘전이 제대로 된다. 그런데 이럴 수가, 2주 동안 초코소라빵과 아침의 동반자로 지낸 대가는 가혹했다. 7kg이 찐 것이다. 대략 난감이다. 슬프게도 초코소라빵과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에 와 혹한의 다이어트로 겨우 몸을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9번이다. 비록 절반은 은행 꺼라 해도 작년에 엄마랑 아빠가 합심해 집을 사면서 더 이상 이사를 갈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초코소라빵이란 녀석은 참 부러운 존재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처지와 거미를 비교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미 vs 본인

동물인가? 거미: O, 본인: O

본인 명의의 집이 있는가? 거미: O, 본인: X

집을 만들거나 구할 능력이 있는가? 거미: O, 본인: X

세상에 이로운가? 거미: O(해충 잡아줌), 본인: 모르겠음

결론: 거미 승.

나도 초코소라빵과 이런 비교를 한다면 처참히 패배할 것이다.

초코소라빵 vs 나

동물인가? 초코소라빵: O(일단 이름이 '소라'니까), 본인: O

본인 명의의 집이 있는가? 초코소라빵: O, 본인: X

집을 만들거나 구할 능력이 있는가? 초코소라빵: O, 본인: X

세상에 이로운가? 초코소라빵: O(달콤함), 본인: 모르겠음.

결론: 초코소라빵 승.

내 집 마련의 꿈은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나도 초코소라빵처럼 조개껍데기 속에라도 들어가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초코소라빵은 이렇게도 달콤한데 인생은 카카오닙스처럼 쓰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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