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내 블로그 글도, 책이 될 수 있을까

확신과 불확실성의 중간 어디쯤

by 유블리안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하루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책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생각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허투루 하루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퇴근 후, 어딘가에 남기고 싶은 말들이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괜히 오래 남았던 대화한 줄,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


처음엔 몇 줄이었고, 어느 날은 길어졌고,

어느새 제법 많은 글이 쌓였습니다.

어느 날 밤, 예전 글을 다시 읽다가 문득 멈췄습니다.

이 글들이 그냥 여기서 멈춰도 괜찮을까.


조회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전문가의 글도 아닙니다.

처음은 그저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정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 번쯤은 묶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이라는 형태로.



가능할까 가 아니라, 해도 될까


책이라고 하면 왠지 자격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대단한 경력이나 확실한 전문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을 거라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 블로그 글도, 책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혹시 너무 가벼운 건 아닐까. 괜히 혼자 진지해지는 건 아닐까.

어느 누가 읽어준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책도 처음에는 한 편의 글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날 밤 검색창에 적었습니다.


“블로그 글, 전자책 가능할까.”


방법은 많았습니다.

플랫폼, 파일 형식, 유통 구조.

정보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확신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가능하냐’가 아니라

‘해도 되느냐’였다는 걸 말입니다.


남들이 허락해 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자격을 부여해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제가 저에게 허락하는 문제였습니다.



‘언젠가’ 대신 ‘한 번’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 시작하겠다고 하면

아마 영영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느낌은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책이 될 만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글을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언젠가’ 대신 ‘한 번 해보자’로.

그 순간부터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볼까로.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실패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어차피 제 글이고,

제 이름이고,

제 도전이니까요.


그날 이후로 저는

블로그 글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흘려보낸 하루의 기록이 아니라,

어쩌면 묶일 수 있는 조각들처럼.



한 번의 시도가 만든 다음 장.


결국 첫 시도는 브런치 작가 도전이었습니다.

세 번 시도 후 합격 하여 쓴 브런치 첫 작품.

자전적 에세이 소설

『대기업에서 정년까지 살아남기』

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은 실시간 인기 글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조회수가 급등하는 경험도 처음이었습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제게는 작은 확신이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fficelifebig


한 번 해본 사람이

두 번째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

그 첫 시도가 이어져

어느덧 열아홉 번째 작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묻고 있습니다.

내 블로그 글도, 책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여전히 과정 속에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알 수 있습니다.

번쯤은, 해볼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전자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말입니다.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