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관계의 맛
잘 끓인 탕은 속을 보이지 않는다
맑을 뿐, 그저 깊을 뿐
오래된 관계가 그렇듯
많은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뼈에 붙은 마지막 한 점까지
남김없이 발라 먹는다는 것은
서로의 지친 부분까지 기꺼이
보듬겠다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것
단맛 위로 짠맛이 포개져 혀를 감돌다
결국 하나의 맛으로 사라진다
우리가 함께 견뎌온 날들처럼
어떤 기억은 다른 기억에 스며든다
빈 뚝배기엔 온기만 남았다
너는 땀을 닦았고 나는 물을 따랐다
한 계절을 오롯이 채웠다는 듯이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상의 모든 깊은 것들은 쉽게 속을 내보이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깊은 밤의 하늘이 그렇고, 오래된 숲의 고요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잘 끓인 갈비탕과 오래된 당신과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말없이 살점을 발라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습니다. 함께 겪어온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하나의 맛으로 녹아든 이 시간 앞에서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봅니다. "애썼다"는 눈빛과 함께 뚝배기에 남은 온기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따뜻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이 시가 당신의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