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름을 보듬어준 고마운 존재
얕은 냄비에 붉은 강이 끓는다.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허기진 시절의 초상화 한 장.
바다 건너온 이방인, 짭조름한 햄은
다른 모습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시큼한 김치는
묵묵히 버텨낸 이들의 단단한 침묵,
부드러운 두부는,
들끓는 붉은 육수 속에서 서로를 감싼다.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섞여
뜨거움에 제 몸을 녹일 때,
비로소 낯섦은 익숙함이 되고
슬픔은 깊은 맛이 된다.
우리는 라면 사리가 아니라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을 건져 올린다.
잘 버텼다고, 이만하면 괜찮다고,
치즈처럼 녹아드는 온기를 삼킨다.
점심 메뉴로 가끔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곤 합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한데 엉켜 끓고 있는 모습이 꼭 우리 인생 같아 보였습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외모,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때론 갈등하고 상처받다가도, '사회'라는 뜨거운 육수 안에서 두부처럼 부드러운 동료를 만나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과 참 닮았지요.
저도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치즈 이불이나 부드러운 두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점심, 부대찌개 어떠신가요? ^^
https://brunch.co.kr/brunchbook/dicapoet
이번 연재로 브런치북 20개의 시가 완성 되었습니다. 맛있는시는 5회에서 10회 정도 더 연장 할까 합니다. 혹시 "이 음식으로 시를 써주세요!" 하는 소재가 있다면 댓글로 마음껏 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저의 첫 완결 브런치북인 『감성 디카시』에도 방문하셔서 응원의 '라이킷' 한번 꾹 눌러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물론, 두 번은 안 됩니다. ㅎㅎ) 여러분의 흔적이 저의 다음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항상 응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