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늦게 오는 사람은 안 데려간다.
8시 30분까지 반드시 도착하도록!"
알림장과 안내문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안내해선지
으름장을 놔선지
현장학습 날, 우리 반 아이들 중
지각하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버스 안,
"선생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틀어 주세요!"
"그런 노래가 있어? 가사 좋은 거 맞지?
오케이, 얌전히 가겠다고 약속하면 틀어주겠어!"
"그럼요, 선생님. 벨트도 다 맨 거 확인하셨잖아요?"
하도 가사를 강조해 대니,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가사를 검열했다.
경쾌한 드럼 소리가 버스 안을 쿵쿵 울렸다.
'오, 이거 보이그룹 노래 맞아? 밴드 같은데?'
솔직히, 말할게 많이 기다려 왔어
너도 그랬을 거라 믿어
오늘이 오길 매일같이 달력을 보면서
솔직히, 나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꿈만 같아, 너와 함께라
오늘을 위해 꽤 많은 걸 준비해 봤어
https://youtu.be/vnS_jn2uibs?si=erH1wyCs8RKLDJ-b
무려 2019년 곡이었다.
"쌤, 모르세요? 요즘 역주행해서 뜨고 있잖아요?"
"그으래? 역주행은 못 참지.
이렇게 좋은 곡이 여태 빛을 못 보고 있었단 말이지?"
벅스 앨범 정보를 검색하니 이렇게 나온다.
- DAY6, '끌어당기는 매력' 지닌 새 미니앨범 '
- '모든 인연의 시작점'을 노래한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청량한 사운드로 덧입혀진 DAY6 감성송!!
- 'K팝 대표 밴드' DAY6가 선물하는 올여름 추억의 한 페이지
소개대로, 청량한 보이스와 사운드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오.... 신나는 걸? 가사도 꽤 좋은데?
어느새 버스 안이 떼창으로 떠나갈 듯하다.
또 나만 모르는 거야?
교실과 달리 생기 넘치는 아이들이 예뻐 보인다.
교실에선 조용하던 아이들도, 활기에 넘친다.
입을 크게 벌리며 신이 나 어깨를 둠칫거린다.
그래, 이 순간이 너희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청춘이 되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되길...
최근 현장학습을 가는 학교들이
현저히 줄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두 번,
많게는 4번까지도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갔다.
"내일 수업 안 하니, 당신 좋겠네?"
교직과 거리가 먼 직종에 종사하는 남편이
이리 철 모르는 소리를 한다.
"수업 안 하면 애들이나 좋지,
교사들은 그냥 수업하는 게 훨씬 좋거든!"
실제로 초등에서 현장학습은 여러 모로 부담스럽다.
현장학습 매표소 앞에서 만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학교에 집합 후, 버스로 이동-모든 체험과정 인솔
-점심시간 임장지도-버스로 학교 도착까지
모든 과정이 살얼음이다.
혹시라도 다툼이라도 발생한다면,
싸움이라도 난다면,
사고라도 난다면
현행법상 모든 책임은 인솔 교사에게 있기에,
현장학습 자체가 노심초사 긴장의 연속이다.
뭘 그리 걱정이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2022년, 한 현장체험학습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한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몹시 안타깝고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판결이었다.
해당 교사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로,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체험학습을 폐지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12013025
버스 운전기사의 부주의도
교사에게 책임을 무는데
어떤 교사가, 학교가,
굳이 의무도 아닌 체험학습을 가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한 번의 현장학습을 위해 몇 번의 기안문을 작성해야 하는지 모른다.
10번 이상의 공문을 작성해야 현장학습 한 번이 가능하다.
이 판결이 나기 전만 해도,
그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부러 아이들을 계획하여 또는 계획에도 없이
체험학습에 데려가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수시로 공문을 확인하며,
공짜 체험학습은 없나...
경쟁도 치열한 신청서를 작성했던 시절...
봄에는 한국민속촌을,
가을엔 에버랜드를 갔었다.
서대문 형무소와 목장 체험을...
그 외에도 공짜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무료 수련회를 신청하고,
한강에 소풍을 나가, 돗자리를 깔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뛰어놀던 시절이 있었다.
버스에서 함께 떼창을 하고,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단체 사진을 찍던 날들.
에버랜드 매표소 앞,
수많은 학교들이 소풍으로 줄지어 있었던 때,
내가 표를 끊으러 간 사이. 아이들은 나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표를 끊고 와 보니 아이들이 없었다.
나 또한 아이들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익숙한 아이들이 줄지은 인파를 뚫고 돌아다니며
"저기요, 키는 한 165센티 정도에 눈이 크고,
단발 파마머리한 예쁜 선생님 못 보셨어요?"
"저희 선생님 좀 찾아주세요. 줄무늬 티셔츠에 인상 좋고 잘 웃으시거든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도 아니고,
무슨 외모 설명을 저렇게 한단 말인가?
우리 반 여자 회장과 남자 회장이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게 보였다.
"얘들아, 나 여기 있어!"
"어? 쌤, 어디 가셨었어요?"
"얘들아, 내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랬는데?"
"못 들었나 봐요. 선생님,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애들은 어딨니?"
다행히 아이들은 내가 친구 뒤통수만 보고 다니라고 하여
뒤통수 따라서 모두 졸졸 자알 따라와 있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솔직히 말할게 지금이 오기까지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
나도 목 빠져라 기다렸어
오늘을 위해 그저 견뎌줘서 고마워"
다행히라도 해야 하나? 운이 좋았을 것이다.
교직에서 간 수많은 체험학습을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넘겼다.
뿐 아니라 아름답고 좋은 한 장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현장학습이 힘이 들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다.
어떤 아이는
"저는 현장학습이랑 수련회 가는 맛으로 학교 다녀요!"
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아이들에게 얼마나 설레이는 일인가?
하지만, 모든 사고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면
불안해서 그런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고 싶겠는가?
잠깐 사이에도 아이들은 사고가 난다.
뒤돌아보지 않았다고,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판결 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교사들은 어마어마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 현장학습을 못 가게 되었고,
현장학습 업체들은 무더기 취소 사태로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았다.
하루빨리 교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 오삼남 -
푸르고 푸른
오늘을 기억해
푸른 우리의 웃음
푸른 우리의 열정
푸른 우리의 음악
푸르고 푸른
오늘...
파랗디 파란
오늘을 기억해
파란 하늘
파란 강물
파랑을 닮은
순수한 우리들 마음
파랗디 파란
오늘...
반짝이는
오늘을 기억해
반짝이는 햇빛
반짝이는 물빛
반짝이는 추억 속의 나와 너
푸르고 파랗고 반짝이던
오늘.
여기.
한 장의 추억
잊혀지지 않을
우리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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