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빵야, 빵야, 빵야!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은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설레는 계절이다.
바로 여름 방학이 있기 때문~~~
오 예~~!
(교사들도 아이들만큼 금요일과 방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7월 달력을 넘기면 금방이라도
일렁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방학이 시작될 것 같지만
현실은 여전히 나가지 못한 진도 땜에 마음만 바쁘다.
이쯤 되면, 그동안 한가하게 한 차시씩 진도 나갔던
지난날의 나를 원망하게 된다.
고학년은 왜 이리 과목도 많은 것인가?
그래도 어찌어찌 진도가 마무리되면
거나하게 책걸이를 계획한다.
남은 한 주를 몽땅 할애한 거창한 여름 캠프.
이름하여 <우리 반 러브 캠프>!
그동안 하고 싶었던 활동을 몰아서 하는
나만의 학급운영 방식이다.
한 학기 동안 운영했던
학급 자치 프로그램 '꿈사랑 동아리'의
마침표를 찍는 활동과 더불어
'공동체, 사랑'을 주제로
함께 활동을 계획한다.
아이들은 이 활동의 학급 회의에 가장 열을 올린다.
칠판에 러브캠프 3일 일정표를 띄우고,
1일째는 동아리별 1학기 배운 내용 중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을 계획한다.
독서 동아리, 미술 동아리, 학습 동아리, 인성 동아리, 컴퓨터 동아리...
동아리별 특색에 맞게, 주제에 부합하게
활동을 고민하고, 일정표에 기입한다.
2일째는 '나, 너, 우리'를 주제로 놀이, 게임, 장기자랑, 독서토론, 잘하는 것 발표회 등을 한다.
3일째가 가장 중요하다.
진짜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으로만 6교시를 채운다.
"저는 마지막 날, 영화를 보며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컵라면 파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가 키운 식물로 요리 만들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름이니까 물총놀이를 하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게 왜 이리 많은지
의견이 여러 갈래로 갈린다.
재투표를 거친 결과, 1위와 2위가 정해졌다.
땅땅땅! 남자 회장이 신나서 발표한다.
"그럼 마지막 날은 영화 보며, 파자마 파티 후 물총놀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와~~~!!!!"
뭘 해도 수업을 안 하니 신이 났을 테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 활동에 매우 감격한다.
"선생님, 뱅뱅뱅 틀어주세요!"
오~~ 빅뱅! 그건 나도 알지.
오전에 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본 아이들이
3교시에 물총놀이 의상으로 갈아입으며
노래를 틀어달란다.
"이미 너무 업되 있는데 너무 업되는 거 아냐?"
"신나요, 선생님! 더 신나고 싶어요!"
비옷을 입고, 자기 팔뚝만 한 물총을 들고
쏘는 시늉을 하며 들뜬 표정의
아이들이 마냥 천진난만하다.
이럴 땐, 고학년도 어린 아기들 같다.
"주의사항은 기억하겠지"
"넵! 머리, 얼굴, 기분 나쁠만한
특정 신체 부위는 쏘지 않는다!
물을 채우는 곳은 안전존!
선생님 있는 곳도 안전존!
다치면 그땐 놀이중단!"
꼭 군대같이 큰 소리로 복창한다.
얘들아, 제발, 다른 반 좀 배려를...
쉬는 시간이라 천만다행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기다리며
빅뱅의 노래로 흥을 돋운다.
놀이동산 나팔소리,
삐비비비삐 삐비삐비삐 삐~비비비비!
떼창처럼 들리는 오~오~오~오오, 오~오, 오오오~!
아이들이 벌떼처럼 책상을 밀고 일어나
바닥을 통통 튀며 노래한다.
빅뱅의 2015년 6월 앨범, A
https://youtu.be/2ips2mM7Zqw?si=O5l7fo_VazkDdKxk
앨범 소개 문구 중_
.... 다가오는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맞이하며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를 보여줄지,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액션을 보여줄지. 노래 하나로 영화 한 편을 본듯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BIGBANG이 이번엔 어떤 음악으로 우리를 찾을지 기대된다....
난 깨어나 까만 밤과 함께
다 들어와 담엔 누구 차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막장 게릴라
경배하라 목청이 터지게
빅뱅 특유의 살아있는 라임,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조금은 뻔뻔한
정신줄 놓게 하는 가사.
더운 여름을 날려버리는 경쾌한 비트.
신이 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난 불을 질러 심장을 태워
널 미치게 하고 싶어
B I G Yea we bang like this
모두 다 같이 총 맞은 것처럼
BANG BANG BANG
다소 과격하고 선동적인 가사.
욕이 없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얌전하던 아이들도 교실을 방방 구를 만큼
신나는 노래다.
급기야,
빵야 빵야 빵야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이 구간에서 아이들은 곧 물총을 쏠듯
전쟁 영화에 나오는 총 쏘는 액션배우라도 된 듯
친구들을 향해 빈 물총을 쏜다.
"큭!"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아주 심장이 벌렁거리는 구만.
그래, 이렇게 풀어지는 시간도 있어야지.
1학기 동안, 수업 시간 집중하랴,
규칙 지키랴, 친구 배려하랴,
학원 다니랴, 학원 숙제하랴
어깨가 무거웠던 아이들...
어디서 이렇게 친구들과 놀겠는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 가기 바쁜데...
방방 뛰는 사이, 창밖에 야속하게도 비가 온다.
이미 뱅뱅뱅으로 반쯤 정신이 풀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으로 뛰쳐나간다.
그날,
우비도 벗어던지고,
쫄딱 비에 젖어, 물총을 자기 몸에 들이부으며
운동장을 뛰어다닌 한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창문에 다닥다닥 붙은 부러운 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