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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놓쳤다는 불안

부제- 정보, 트렌드,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

by YEON WOO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안다.

뉴스, 유행, 콘텐츠, 사람들의 근황까지.

세상은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지고,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면을 새로 고침 한다.

그런데 가끔,

그 모든 정보의 물결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조용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그 틈에 내가 멈춰 있는 것만 같다.

‘나만 놓친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저기까지 갔는데,

왜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을까?’

그 불안은 소리 없이 찾아와

하루의 작은 틈을 파고든다.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어쩐지 조금 초조해 보인다.

무언가를 놓쳤다는 느낌은

사실 남들과의 거리감에서 생겨난다.

내가 멈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빨리 달려갔을 뿐인데,

우리는 그 속도를 나의 결함처럼 느낀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놓쳤다는 건 어쩌면 조용히 나를 지켰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뛰어가는 사이,

나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 잠깐의 고요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이 어떤 모양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세상은 늘 앞서가려는 사람들을 칭찬한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새로운 것을 먼저 경험하고,

끊임없이 갱신하는 사람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반대편에서

천천히 느끼고, 오래 생각하고, 깊이 느낀다.

그 느림 속에는

놓침이 아니라 깊이의 시간이 있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리게 걸을 때야 비로소 볼 수 있다.

나는 이제 조금 놓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곳에 있어야 하는 삶보다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삶이 더 좋다.

누군가의 소식보다,

내 하루의 온도를 먼저 느끼고 싶다.

세상이 만들어낸 속도 대신,

내가 만들어가는 리듬으로 걷고 싶다.

무언가를 놓쳤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 늦은 것은 아니다.

당신은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단지 세상보다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천천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괜찮다.

놓쳐도 괜찮다.

그 사이에 당신의 마음은 자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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