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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도 괜찮다는 위로

부제- 변화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받아들이는 마음.

by YEON WOO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게 조금씩 달라져 있음을 깨닫는다.

좋아하던 것들이 예전만큼 설레지 않고,

자주 보던 사람과의 대화도

이상하게 어색해진다.

늘 익숙했던 길이 낯설게 느껴지고,

손끝에 익던 계절의 공기마저 조금 다르게 스민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불안했다.

‘무언가 끝나버린 건 아닐까?’

‘내가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 다 흘러가버린 걸까?’

변화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와

조용히 내 일상의 자리를 바꿔놓았다.

처음엔 그게 두려웠다.

익숙함을 잃는 건,

마치 나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흘러가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머물렀을 것이다.

그건 안정이 아니라, 멈춤이었다.

흘러간다는 건,

새로운 장면을 맞이할 용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람이 떠나고, 계절이 바뀌고,

내 마음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결국은 내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한때는 붙잡으려 했다.

지나간 관계, 지나간 마음, 지나간 시간들을.

하지만 아무리 꽉 쥐어도

그건 결국 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래서 나는 배웠다.

붙잡는 대신, 감사히 보내주는 법을.

어떤 순간은 붙잡을 때보다

놓아줄 때 더 빛난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변화를 믿는 마음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그러니 우리도 조금은 흘러가도 괜찮다.

때로는 오래 머문 자리를 떠나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이별 뒤에 오는 고요,

그 고요 속에서 자라는 새로운 나.

모든 변화는 결국,

우리 안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조용한 증거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흘러가도 괜찮다.

그 흐름이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갈 테니까.

봄은 매번 떠나지만,

매번 다시 돌아온다.

마음도 그렇다.

오늘의 슬픔이 내일의 따뜻함이 되고,

오늘의 이별이 내일의 인연을 데려온다.

그걸 믿는다면,

우리는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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