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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의 다정함

부제- 유행은 사라지지만, 오래된 것들은 마음을 덮어주는 힘을 가진다.

by YEON WOO

세상은 늘 새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것은 낡았다고,

시간이 지난 것은 뒤처졌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건 언제나 오래된 것들이었다.

해진 스웨터, 바랜 사진,

손에 익은 컵,

그리고 오래전 친구의 목소리.

그것들은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그 안엔 세월이 남긴 다정함의 결이 있다.

유행은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진다.

사람들이 새로움에 환호할 때,

오래된 것들은 조용히 그 곁에 남아

우리의 마음을 덮어준다.

삶이 빠르게 변할수록

나는 점점 오래된 것들에 기대게 된다.

그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내 마음의 중심 같은 것이다.

시간이 오래 흐른 물건이나 사람에게는

이상한 따뜻함이 있다.

손때가 묻고, 말의 모서리가 닳고,

감정의 흔적이 스며든 자리.

그건 결코 낡은 게 아니다.

그건 살아온 시간의 결이다.

오래된 것들은 언제나 부드럽다.

새로운 것들이 반짝이는 대신 날카롭다면,

오래된 것들은 빛을 잃는 대신

부드러운 둥근 온도를 갖게 된다.

그건 마치 오랜 친구와의 대화 같다.

매번 새롭지 않아도 좋다.

그냥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그 안에는 여전히 위로가 있다.

나는 이제 알겠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의 마음은 결국 오래된 것들을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걸.

새로운 음악을 듣다가도

문득 옛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르면,

그 한 음에 눈물이 맺히는 이유.

그건 단지 기억 때문이 아니라,

그 노래 속에 담긴 시간의 온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은 세련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체온이 남아 있다.

빠르게 잊히는 시대 속에서도

그 따뜻함만은 결코 유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오래된 것들을 좋아한다.

흠집이 있고, 느리고, 익숙한 것들.

그 안에는 말보다 조용한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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