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남의 시선보다 내 호흡을 따라가는 하루.
나는 늘 세상의 박자를 맞추느라 숨이 찼다.
누군가는 이미 앞서 있었고,
누군가는 더 멀리 가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늘
‘조금 늦은 사람’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봐.”
“이런 건 요즘 다들 하잖아.”
그 말들은 친절한 조언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내 호흡을 빼앗는 작은 다그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멈춰 섰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누구의 박자에 맞춰 살고 있지?”
세상이 정한 리듬은 너무 빠르다.
그 리듬에 억지로 발을 맞추면
내 심장은 금세 지쳐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느린 리듬으로 걷기로 했다.
남의 시선 대신,
내 숨소리를 기준으로 삼는 하루.
누군가에게는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게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걸음을 늦추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급히 지나가던 길가의 작은 들꽃,
햇빛에 반짝이는 먼지,
내 어깨에 잠시 머물다 간 바람.
그 작은 것들이 내 하루를 채운다.
남들의 리듬은 거세지만,
나의 리듬은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느낀다.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한때는 초조했지만,
이제는 괜찮다.
나는 그들의 길을 걷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길은 다르고,
나의 박자는 나만의 음악으로 울린다.
하루의 끝에서
나는 내 숨을 세어본다.
억지로 내민 걸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 원한만큼의 걸음으로.
그 속도가 남보다 느리더라도
내가 내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다.
세상은 늘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새롭게.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당신의 걸음이 당신의 리듬이라면,
그건 이미 완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