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책방에서는 독서모임이 한두개쯤 열린다. 그럼 나도 책방을 운영하니 독서모임 하나쯤 해야 하나? 하지만 나는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다른 책방에서 다 하는 평범한 독서모임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바에 차라리 호스트가 되기보다 다른 책방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객'이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 하나' vs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마음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못됐다.
그러던 어느 날, 책방에 한 손님이 찾아오셨다. 손님은 내게 본인이 책방에 온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본인은 애월에서 요리공방을 운영 중인데, 자기와 함께 '음식 관련 독서모임'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내게 오래된 고민과 같았던 일이라 나는 곧장 좋다고 했다. 우린 바로 음식관련 독서모임 기획에 들어갔다.
나는 음식이야기 독서모임으로 기획서를 만들어서 애월 선생님께 공유하고 다시 미팅했다. 이때 애월 선생님 일을 도와주던 H도 함께 하게 되었다. 뭔가를 일을 도모하기에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좋다.
내가 만든 '음식이야기 독서모임' 기획서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살들을 붙여나갔다. 뻔한 독서모임 말고, 조금은 다른 포맷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북클럽 + 액티비티를 결합한 독서모임을 기획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정해진 음식이야기 책에 대한 독서모임을 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책에 나온 음식을 함께 만들어보는 쿠킹클래스를 하거나 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같은 것들을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시간인 북클럽 내가 담당하고, 두 번째 시간인 쿠킹클래스는 음식 선생님이 담당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끝나자 우리는 독서모임 이름을 뭘로 정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H가 인스타그램에 독서모임 이름을 공모했다. 그때 나온 이름이 '미미독 美味讀'이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맛을 읽는 독서모임. 나는 뭔가 아쉬워서 이 이름에 '탐구할 탐探'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음식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고 따뜻한 음식이야기로 채우는 독서모임 <미미탐독美味探讀>이 탄생했다.
첫번째 시간에는 음식이야기 소설, 음식에세이, 음식인문학. 크게 세 갈래로 책을 선정하고, 읽고, 깨닫게 된 것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 이름을 <미미락美味樂>으로 정하고 책에 나온 음식이야기를 직접 몸으로 즐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독서모임 준비를 하며, 예전에 일하던 내 습관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마치 수업계획서 작성하는 것처럼 분단위로 쪼개 독서모임 타임라인을 만들어 독서모임에서 함께 나눌 이야기들을 채워나갔다. 가능하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 나눌수 있도록 준비했다.
예를 들면 첫번째 시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주주>를 선택했다. 삼대째 내려오는 햄버거 스테이크 가게가 배경인 소설이었다. <미미락> 시간에 이 햄버거 스테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데미그라스 소스도 함께. 소설 속 인물이 되어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으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독서모임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시인 백석이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백석의 맛>이라는 책을 선정했는데 절판에 품절이었다. 중고서적을 찾아보았는데 헉, 새 책 정가보다 중고책 값이 비쌌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중고책이 더 비싼거지? 구하기 어렵다하니 더욱더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이 독서모임을 위해서 <백석의 맛> 중고책을 하나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백석의 맛>은 그동안 수고로움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책이었다. 철저히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시를 썼던 사람.
백석의 시 중심에는 '음식'이 있었다.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을 결코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시인이었다. 백석이 모티브로 나오는 영화도 찾아보고 그와 관련된 책들도 찾아 읽을 만큼 한동안 백석에게 빠져있었다.
<백석의 맛>을 함께 읽던 날, 한 참여자가 말했다. "혼자 읽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문장들이, 함께 나누니 완전히 다르게 보이네요." 그게 바로 독서모임의 매력이었다.
책 한 권을 똑같이 읽어도 사람마다 보는 각도가 다르고, 그 다양한 시선을 나누면서 한 권의 책이 열 권의 책이 되는 경험. 음식이야기 책방과 함께 음식이야기 독서모임을 한다는 것. <미미탐독>은 키라네 책부엌이 해야 할 일을 드디어 시작한 특별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