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먹개 : 반려동물 구독서비스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 J언니 대신 제주의 집을 지킬 때, 나는 언니가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를 함께 돌봤다. 아주 어릴 적 강아지를 길러본 기억만 있을 뿐,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를 때였다. 그리고 내가 동물을 좀 무서워해서 함께 사는 게 걱정이 되었다.


매일 아침 저녁 강아지와 산책하고, 고양이가 새벽에 나를 깨워 밥을 달라 하고, 밤에는 강아지가 집을 지키듯 짖어댔다. 처음엔 두렵고 낯설었던 일상이 점점 익숙해지고, 이 둘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해졌다. 그렇게 제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제주에 살면 살수록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호기심도 많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사회적 기업이었다. 어떻게 하면 제주에 도움이 될수 있을까? 그게 늘 고민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서귀포시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 수업을 받으러 다니게 되었고, 그때 내게 멘토님이 배정되었다. 멘토님이 책방에 오셔서 여러 가지 컨설팅을 해주셨고, 그러다 자연스레 멘토님이 운영하는 수제 애견간식 회사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책방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몇 번 방문하면서, 대표님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제주의 제철 식재료를 반려동물과 집사가 함께 먹는 정기구독서비스 <함께 먹개>


수제 애견간식 회사는 반려동물을 위한 수제간식을 담당하고, 키라네 책부엌은 사람을 위한 먹거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꽃피는 3월, 제주는 당근이 제철이다. 수제 애견간식 회사 대표님 지인을 통해 제주당근밭에서 당근을 공수했다. 당근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맛보았던 당근튀일 생각이 났다. 나는 튀일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애견간식 제조실에서 직원분이 당근튀일 만들기에 도전했다. 사람이 먹기 좋은 튀일, 반려동물이 먹기에 좋은 튀일을 만들었다. 제주당근주스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집사들을 위해 제주당근주스도 넣었다.


3월에는 블러드오렌지도 수확 시즌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품종이지만,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음식재료 1001가지 중 하나이다. 다행히 책방 근처에 고마운 제주사람2가 블러드오렌지를 키우고 있었다. 고마운 제주사람2의 찬스로 역시나 애견간식 제조실에서 직원분들의 도움으로 블러드오렌지칩도 직접 만들어 포장했다.


사람을 위해 반신욕할 때 넣으면 좋은 블러드오렌지칩 입욕제도 준비했다. 물론 천혜향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반려동물들에게는 수제 애견간식 제조실에서 직접 만든 비타민 가득한 흑돼지안심육포, 흑돼지양배추포, 참돔짜요, 당근튀일 등을 채웠다.


육지사람들에게 제주의 숨겨진 식재료를 알리고, 제주의 건강한 식재료를 반려견과 집사가 함께 먹는다는 기획. 하지만 생각만큼 구독자 수가 많진 않았다. 어떤 이는 사람 것만, 또 어떤 이는 반려동물 것만 구입하고 싶어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 작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방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음식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함께먹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작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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