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다.

ㅡ 부인하고 싶은 나

by 민교

<대화의 희열>에서 작가 김영하가 그랬다.

'과거의 나는 내가 아니다.' 라고.



우편함에 든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확인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당월분에 미납금까지

청구되었다. 미납금이라니. 은행 앱도 뒤지고,

통장도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관리비를 보내지

않았다. 가계부에는 관리비라고 적혀있는데, 이체는 안 했ㆍ다.

지출은 매월 뻔한 거라 언제부터 계산은 하지 않고, 지출 내역만 적은 것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책과 한심함을 한참 오갔다. 고지서에 적힌 미납금이란 항목이 얼마나 낯설던지. 미납금은 일할 계산해서 청구한다더니, 회계담당자도 잊어버렸는지, 저번에 청구한 금액 그대로였다. 참나, 둘 다 저물어가는 노년이라 그랬나. 아니면 몇 년을 잘 보내다 이번은 실수로 봤나. 고맙다. 회계담당자를 공동현관에서 만나 서로 정신없음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배틀을 벌였다. 씁쓰레하게 웃으면서.


어쨌든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가계부에만 적고 관리비를 보내지 않은

요인을 생각해 봤다. 그때 번갯불에 콩 볶을 일이

많았던 데다, 지출도 많았었다.

예비비는 동났고, 신경 쓸 일은 몇 배나 었다.

그런데 말이다. 메모광인 내가 한 번도 이런 실수가 없었기에 지난 시간을 복기해 보니, 모바일로 보내고 우리 집 號數를 누르던 장면이 떠오르는 건 또 무슨 조화인지.



요즘 손이 아파서 감각이 떨어진 손가락이 잘못

기억하는 건지. 환상통처럼 말이다.

아파트 관리비는 당월 요금에 미납금까지 보내고는 '휴~'하고 마무리했다.



☆☆☆☆☆☆☆☆☆☆☆☆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는 과거에 한 행동을

되돌릴 수는 없다.

<대화의 희열>의 출연자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정말 나였나?' 했던 자신들의 행동에 자책 아닌 자책이 재밌었다.

A는 집으로 배달된 수많은 물건들에 놀랐고,

B는 과하게 마신 술로 어긋났던 일을 떠올렸고

C는 자신의 작품에 넣을 음악을 힘든 시간에

듣게 됐을 때, 당황스러움을 이야기했다.




처음 가족여행으로 간 공항에서 진이 다 빠졌다.

갇힌 공기를 두어 시간 마셨고,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에서 겨우, 정말 겨우 원하는 장소에 왔는데, 여행은 호캉스가 되었다. 그럼, 그렇지.

딸은 자신이 극 J라고 걸음마다 시간을 재고 효율을

따지더만, 나는 안 해봤던 이 놀이도 재밌다.

안정감이랄까.

계획보다 실행이야. 행동이 안 따르는 계획은

괜히 머리만 아프다니까.



☆☆☆☆☆☆☆☆



<대화의 희열>에 나왔던 '과거의 나는 내가 아니다.' 라는 말은,



가 출처라고 합니다.



※ 카뮈의 말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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