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바람

by 임경주



여름 갯바위 위에 올라서서 균형을 잡으면

얼굴에 거미줄이 달라붙어


육지까지 배 타면 20분 거리

무슨 정이 남아 있을까

다시 뒤를 돌아보게는 해


짠내 가득한 바다내음

저 멀리 멸치 말리는

이름도 촌스런 말심이 울 엄마

손도 고와 일도 못해 구박만 받네


폭풍우 몰아치고 밀려오는 파도

천년 호두나무 집어삼킬 때

울 엄마 서편제라도 찍나

파도에 휩쓸려 죽을 각오로

오입쟁이 도박꾼 빚쟁이 아버지

고함치며 욕하던 날


씨를 말려 부러

네놈 종자는 씨를 다 말려불 것이여


같이 죽자고 엄한 아들 뒷덜미 잡아끌고

성난 바다 파도 앞으로 향할 때


사람아 사람아


그래도 살아야지

새끼는 뭔 죄라고 저승길 동무 삼는가

새끼한테 그러면 쓰간


어머니 저 이대로는 못 살아요


같이 죽자던 엄마

파도 앞에서 날 안고 펑펑 울면


남도의 바람이 잔잔해지고

배 타서 번돈 노름으로 다 잃은 울 아버지


휘청휘청

눈 풀려

절뚝절뚝 걷는다


세상 모두에게 욕을 퍼붓고

부서져라 문을 두드릴 때면

내 동생들 서로 부둥켜안고 운다


아버지의 손끝이 엄마를 때리고

지저분한 욕설이 날아들고

유리창을 깨고 동생들을 겁줄 때면

나는 두 손 모아

무릎 꿇고 싹싹 빈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리랑처럼 신세한탄하며

지쳐 잠든 내 아버지


쉬이 쉬이


엄마가 속삭인다

니 아버지 다시 돌변하기 전에

동생들 데리고 도망쳐


아버지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베개 고쳐 줄 적

엄마가 문을 열며 손짓하네

어서 나가


엄마

엄마가 말했지?

우리 잘 살 수 있어


엄마

엄마가 속삭였지?

울 아들 아프지 마


엄마

엄마가 슬퍼도 눈물 꾹 참고 웃으며 말했지?

울 아들 춥지 마


엄마

엄마가 코 훌쩍거리며 다독였지?

울 아들 몸 조심하고 다치지 마


엄마

엄마가 꼭 안으며 말했지?

울 아들 사랑한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선창가 배 떠나는 호루라기 소리

세 번 울려


그래서 나도 말했지?

엄마

나도 엄마 사랑해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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