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그때 그 아저씨

by 임경주



연일 눅눅한 날씨네


바뀔 것 없는 아침

창문을 활짝 열어 보지만

여전히 습하고 더운 기운이 쓱 밀려와

다시 창문을 닫고 출근을 서둘러


자동차로는 5분 거리

걸으면 40분 거리에 위치한 일터


남편 출근시간 맞추어 나오니

40분가량 일찍 도착하고

풍경소리 들리면

아련한 추억 속에 잠겨


내가 참 많이 좋아했나 봐


열여섯 이른 봄날

친구와 둘이 탁구장을 갔어

공이 이리저리 튀어 주우러 다니기 바빴지


그 당시 학교 빠지고

리처드기어 줄리아로버츠

19금 영화 프리티우먼 보려고 줄 선

가시나들 나뿐일까


근데 지금도 의문이야

왜 그날 그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

그날도 친구와 깔깔거리며

굴러간 공 찾으려다

옆 테이블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어


검은색 바지에

흰색 니트셔츠를 입은 그 아저씨

공을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어

약간은 잘생긴 얼굴?

웃는 모습이 참 예뻤던 인상이 기억에 남아


그날은 무척 더웠어

여름이 시작될 무렵일 걸

교육받으러 광주 다녀오는 길이었어


버스 안에서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기억이 나질 않아

군복을 입은 남자였어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다 문득 생각났어


아 탁구장


웃는 모습이 예뻤던 그 남자

우린 짧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탁구장을 찾았어

그는 없어


다음날 또 탁구장에 가보았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네 풍경이 울려

얼굴을 보았지

깔끔한 옷차림

해맑게 웃는 모습

가슴이 콩닥거리고 기쁘고 반가웠어


친구와 난 예약된 시간이 다 되어

눈인사만 나누고 탁구장을 나왔지

아쉬웠어


집으로 향하는 길

왠지 발걸음이 무겁고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난 뛰었어


아직 탁구장에 있기를 가슴 조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문을 열었지

내 머리 위에서 풍경이 울려


아직 그는 그곳에 있었어

내 남편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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