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기와 멀리 보기 사이에서
오키나와 본섬에서 더 남쪽, 유리처럼 맑은 바다를 품은 작은 섬이 있다. 미야코지마.
사진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빛이 하루의 결을 가장 섬세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하와이의 와이키키. 넓게 숨 쉬는 파도와 사람들의 속도가 공존하는 해변.
두 바다를 나란히 두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같은 파랑 앞에서도 몸의 자세는 달라진다. 미야코지마에선 가까이 보기로 마음이 모이고, 와이키키에선 멀리 보기로 숨이 길어진다. 그래서 이 둘을 함께 적는다.
아침, 해가 낮게 비치면 바다는 층을 드러냈다. 가장자리의 옅은 민트, 안쪽의 유리 같은 투명,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번지는 파란빛. 사람들은 그 빛을 ‘미야코블루’라 부른다. 눈이 먼저 알아보고, 입이 나중에 뒤따라 부르는 색. 발목을 적시고 서 있으면 파도가 금세 흔적을 지웠다. 이 물은 선을 또렷이 그어 나누기보다, 부드럽게 풀어 서로를 잇는다.
해변은 단정했다. 파라솔 그늘에서 보면 멀리 배 한 척이 한 점으로만 움직였고, 바람은 모래 위에서만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가끔 스노클을 들고 얕은 수역에 몸을 띄우면, 햇살이 물결을 따라 잘게 부서지고 작은 물고기들이 무심히 옆을 스친다. 여기서는 무엇을 쫓기보다 한 자리에 떠 있는 일이 더 쉬웠다.
정오 무렵, 바다는 정말로 유리잔처럼 맑아졌다. 물 밖에선 종아리가 뜨겁게 데워지고, 물속에선 온기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그 단순한 대비가 좋아서 몇 번이고 드나들었다. 섬을 잇는 다리 끝에 서면 차창 너머의 한 가지 파란이 여러 결로 갈라져 보였고, 바람이 세지지 않아도 색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마음을 단정히 정리해 주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색은 깊이를 바꿨다. 낮의 민트가 뒤로 물러나고 청록이 전면으로 나온다. 물 위로 누운 빛의 선이 길어지고, 해변의 그림자도 함께 길어졌다. 말수는 줄고, 눈은 더 밝아졌다. 그때 미야코블루는 가장 조용하게 빛났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바다는 색이 아니라 태도가 되었다.
밤이 오기 전, 바다는 다시 투명해졌다. 물속에서 올려다본 하늘과 물 밖에서 내려다본 물의 얼굴이 잠시 겹쳐 보였다. 이 섬의 파랑은 나를 안쪽으로 모으는 힘이 있었다. 가까운 것을 또렷이 보게 하고, 작은 차이를 길게 바라보게 한다.
저쪽 태평양 어딘가, 파도는 이미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와이의 바다는 첫눈에 깊었다. 햇빛은 뜨거운데 물빛은 차분했다. 모래는 조금 더 거칠었다. 해변의 동쪽 끝, 다이아몬드 헤드가 수평선을 단정히 눌러 주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서자 물 위에 사람들과 보드가 점처럼 흩어졌다. 파도선마다 가는 줄이 생기고, 튜브와 보드, 아웃리거 카누가 서로 다른 속도로 스쳐 갔다. 모래엔 보드 랙이 길게 서 있었고, 숫자 붙은 라이프가드 타워는 파도선을 내려다봤다. 해가 높을 땐 카타마란이 얕은 물을 밀며 해변에 닿았다. 해변엔 발자국이 겹겹이 쌓였고, 파라솔과 수건은 낮의 열을 붙잡고 있었다.
나는 바닷가 가까이에 오래 앉아 있었다. 이곳의 파도는 규칙을 뽐내기보다 천천히 고조되었다. 한 번 크게 밀려왔다가, 길게 물러나며 바닥의 모래를 소리 내어 끌고 갔다. 그 넓은 소리가 가슴을 벌렸다. 바람은 코끝에 소금기와 플루메리아 향을 함께 실어 보냈고, 해가 기울수록 하늘은 더 멀고 넓어졌다.
해변에서 나는 서핑하는 사람들을 오래 보았다. 그들은 파도의 간격과 높낮이를 가늠해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큰 물이 오기 전의 기색을 읽고, 누군가는 보드를 끌어 조금 더 나갔고, 누군가는 발뒤꿈치를 모래에 박고 기다렸다. 어떤 이는 첫 물을 놓쳤고, 어떤 이는 어깨높이 물보라를 가르며 미끄러졌다. 그 조용한 집중이 파도보다 먼저 해변을 흔들었다.
해가 기울자 티키 횃불이 하나둘 켜졌고, 어디선가 우쿨렐레가 낮은 볼륨으로 따라왔다. 사람은 여전히 많았지만, 하늘이 먼저 넓어졌다. 나는 멀리서부터 만들어져 오는 파도의 선을 따라 눈을 보냈다. 여기서는 숨이 길어졌다. 가까운 것을 모으던 미야코지마와 달리, 이 바다는 시선을 바깥으로 넓혀 주었다.
두 바다는 서로 다른 것을 내게 남겼다.
미야코지마에서 나는 가까이 보기를 배웠다, 물결의 결, 모래의 입자, 햇살이 손등에 만드는 작은 무늬.
하와이에서 나는 멀리 보기를 배웠다, 파도의 오고 감, 바람의 방향, 수평선의 길이.
둘을 잇는 건 결국 몸의 감각이다. 하나는 중심을 단정히 모아 주었고, 다른 하나는 그 중심을 바깥으로 펼쳐 주었다. 어떤 날은 유리 같은 파랑이 필요했고, 또 어떤 날은 숨의 폭이 넓어지는 바다가 그리웠다.
내가 사랑한 바다는 한 곳이 아니라 두 가지 방향이었다.
안쪽으로, 그리고 바깥으로.
그 사이의 파랑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