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계산 잘못해서 500만 원 날렸습니다.

투자공부 4년, 나의 20억 달성기 4화

by 서킬스
2019년 11월


잘 살고 있던 수원 영통의 실거주 집을 팔았으니 새로운 집을 사야 한다는 미션이 생겼다. 나는 가계약금 500만 원을 받은 상태로 바로 용인시 수지구의 신분당선 근처 신축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에 무작정 찾아갔다. 어떤 아파트를 얼마에 어떻게 어떤 자금으로 사야 할지 정확히 모른 채 그저 회사 출퇴근 하기에 편할 것 같고 신분당선을 통해 강남역도 가기 편한 그런 단지를 찾았던 것이다.


당시 회사 선배들이 00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2억을 받고 본인 돈과 담보대출을 활용하여 수원에서 용인 수지로 이사 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나도 막연히 대출받고 담보대출받으면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좋은 위치의 신축 단지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용인 수지구 성복역 근처의 한 대단지 브랜드 신축에 도착했다. 기존에 살던 집도 신축이긴 했으나 역이 멀고 소형 단지라는 단점이 크게 느껴지던 상황, 새로운 분위기와 사는 사람들을 보고는 기대가 많이 되었었다. 하지만 곧 놀라운 상황이 벌어지는데 바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집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줄서서집보기.jpg 비슷한 이미지 입니다.


정말 놀라웠다. 나는 그저 집이 팔렸으니까 집을 보러 온 것뿐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단지를 보러 온 것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미리 연락하지도 않은 부동산에 들어가 집을 사러 왔다고 얼른 집을 보여달라고 졸랐다. 부동산 사장님은 임자 만났다는 표정과 함께 현재 10개 정도의 매물이 있는데 오늘이 날씨도 좋은 휴일이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고 웬만하면 그 10개의 집은 모두 오늘 팔릴 것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준비해 둔 장부를 가지고 나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같은 단지의 34평대 집을 7개쯤 보니 집은 다 거기서 거기고 구조나 층, 향에 따라서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그것보다 사장님이 이런 게 더 좋다고 하면 그게 맞는 줄 알고 '아 그렇구나' 하면서 따라다녔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
1번 집 : 34평 7층 8.95억 타워형
2번 집 : 34평 10층 9.05억 판상형
3번 집 : 34평 5층 8.85억 타워형
4번 집 : 34평 22층 9억 판상형도 아니고 타워형도 아닌 이상한 구조
...


이렇게 대략의 가격대 별로 집들의 특징과 가격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와 사장님은 이제 사무실로 돌아와 어떤 집을 얼마에 사면 좋을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1번 집은 층이 좀 낮고 2번 집은 다 괜찮은데 9억이 넘어 9억 넘으면 세금 구간도 달라지는 거 알지? 대출 비율도 줄어들어!"


"아 그렇군요..."


"3번 집은 가격은 싼데 층이 너무 낮은 데다가 바로 앞이 발전소뷰가 나와서 비선호해. 그래서 싼 거야. 실거주하려면 이런 집은 좀 그래. 4번 집이 구조는 좀 특이하긴 한데 층도 좋고 뷰도 좋잖아. 내가 100만 원만 깎아볼까? 아, 그리고 아직 우리가 못 본 집이 있는데 여기는 나 믿고 그냥 하면 돼 17층이고 뷰도 좋고 판상형이라 나중에 팔기도 좋을 거야."


"그래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상황을 봐봐. 그 집은 아마 오늘 안 보고 사는 사람이 바로 채갈걸? 어차피 오늘 물건 많이 봤잖아 어차피 신축인데 상태가 다 거기서 거기지 나 믿고 오늘 가계약금 넣자."


너무 떨렸다. 4억짜리 집에 살다가 갑자기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활용해서 9억짜리 집이라니. 부동산 사장님은 내가 감당이 가능할까? 하는 고민 할 틈도 주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 물건을 보여달라고 하는 찰나 그 틈을 이용하여 근처에 있는 마트로 피신하여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해 보자.
은행에서 2억을 신용대출받고
담보대출받아서 남은 잔금을 치르면
한 달에 350만 원 정도...
흠 어떻게 하면 낼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때 그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 지금 다른 사람이 안 보고 산다는데. 내가 아직 사장님이 우선이라고 하고 기다리라고 했어. 할 거야 말 거야?"


"사장님 지금 사무실로 갈게요!"


조급해진 마음에 나는 통장의 돈 500만 원을 확인하고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사장님께서는 미소와 함께 나를 맞아주신다.


"나만 믿어 그 집은 볼 것도 없어."


"사장님 좋은 집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대출 좀 알아보고 계약서는 다음 주 토요일 쓰시죠."


수원의 소형 단지에서 용인 수지의 34평 신축 집주인이 되다니 꿈만 같았다. 선배들이 했던 대로 신용대출 2억이 나오기만 한다면 평생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면서 이자 갚고 전철 타고 20분 만에 강남역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장밋빛 미래만 꿈꾸면서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00 은행 대출창구에 도착했을 때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말았다.


"서킬스 님 대출 가능 금액은 4,000만 원입니다."


"네? 선배님들은 이 은행에서 2억까지 대출이 나왔다는데요?"


"네. 소득과 근속연수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그렇습니다. 대출 금액이 더 필요하시면 제2 금융권 등에서 알아보셔야 할 거예요.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정신이 아득해졌다. 1억 6천만 원은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한단 말인가? 이미 500만 원을 가계약금으로 입금했는데.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며칠 동안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그 집을 매수하기 위해 내가 추가로 필요한 돈은 약 1억 3천만 원 정도였다. 눈물을 머금고 가계약금 500만 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피 같은 500만 원을 수업료로 지불한 셈 쳤다.



복기해 보면 당시 나의 정말 큰 문제는 내 수중에 얼마의 자금이 있는지, 얼마를 융통할 수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직장 선배 말만 듣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선배와 나의 경력 및 연봉차이가 날 텐데 같은 수준의 신용대출이 나온다는 생각을 한 것, 그리고 주택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일으켜서 집을 산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계약금 500만 원을 돌려받지도 못했다. 무슨 자존심인지 그 500만 원을 돌려받으려는 시도도 딱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9억이나 되는 돈을 쓸 거면서 그 지역의 그 단지가 9억이나 되는 가치를 지닌 것인지 비교평가 조차 하지 않았다. 집을 팔았으니 얼른 집을 사야지 하는 생각에 정말 조급했던 나는 당연히 사장님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린 채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2019년 겨울 수도권 초상승장 초입, 내 집은 팔았지만 이사 갈 집은 구하지 못한 그런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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