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부 없이 집 알아보면 벌어지는 일

투자공부 4년, 나의 20억 달성기 5화

by 서킬스

500만 원은 분명히 큰돈이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도 없었나 보다. 나는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싼 부동산 수업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미 잘 살고 있던 집을 팔았기 때문에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일단 복기라는 것을 해본다. 물론 부동산 지식이 일천한 상태에서의 복기라 엄청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때 처음으로 내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인지 나는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 짜리의 집을 살 수 있는지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재밌었던 건 이때 내가 용인 수지구에서 매수 실패한 그 단지의 금액대는 내가 감히 살 수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설령 어디서 1억 원을 구했다 하더라도 살 수 없던 집이었다.


당시 나의 가용 현금은 약 1억 3천만 원 정도였다. 살던 집을 매도하고 남은 1억 원 정도의 수익과 적금 및 연금저축을 해지했을 때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최대 현금이었다. 1억 3천만 원의 현금을 가지고 9억 원의 집을 사려 했다는 게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돌아보니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아파트의 매매 금액의 60~70% 라는 금액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일시적 1 주택자여도 60%와 70%는 큰 차이인데 왜 그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건지도 그제야 알게 된다. 당시 은행가에서는 1 주택자일 경우 매도하는 조건으로 신규 취득하는 아파트의 지역이 '조정지역' 일 경우 매매금액의 60%, '비조정지역' 일 경우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2019년 가을 내가 매수하려 했던 용인시 수지구의 그 단지는 '조정지역'에 속해 있었으므로 매매대금의 60% 밖에 대출이 되지 않으므로 9억에 매수할 경우 5억 4천만 원 밖에 대출이 나오지 않으므로 내가 가진 1억 원을 더한다 하더라도 약 3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복기를 하며 이것을 깨닫고 정말 한참 동안 실소를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2019년 조정지역.png 당시 조정대상지역이었던 용인수지



그럼 내가 가진 현금으로 어디에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하는가?

이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에는 나의 집을 매수한 그 아주머니에게 사정해서 거래를 취소할까도 엄청 고민했었다. 넌지시 부동산 사장님께 여쭤보았지만 사장님은 역정을 내시며 배액배상* 조항과 부동산 비용도 양쪽으로 다 내야 그렇게 될까 말까 하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배액배상이라는 단어도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된다.

*배액배상 :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이미 지급한 계약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하는 것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이번에야 말로 공부를 많이 한 다음에 무조건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우선 조건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가진 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실거주 집을 매수한다.(최소 30평 이상)
2. 내가 아는 지역 + 회사 출퇴근 하기 좋은 지역에 있어야 한다.
3. 지하주차장이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2015년 이후 신축이어야 한다.
4. 500세대 이상되는 단지여서 주변 단지보다 우월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4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별도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아파트를 추려보기 시작했다. 역시 수원시 영통, 용인시 수지/기흥구 쪽에서 살만한 단지들이 많이 나왔다. 신기한 건 수원시 영통보다는 기흥, 기흥보다는 수지, 수지보다는 분당으로 조금씩 북쪽으로 가면서 아파트의 가격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사고 싶었던 아파트는 아래와 같다. (가격은 2019년 당시 가격)


용인시 수지구 태영데시앙1차 2004년식 84타입 7.1억

용인시 수지구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 2015년식 84타입 7.3억 (탑층)

용인시 수지구 진산마을삼성5차 2003년식 84타입 7.1억 (탑층)

용인시 기흥구 기흥역더샵 2018년식 84타입 8억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센트럴타운 2012년식 84타입 8.1억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2017년식 84타입 7.7억

(글을 쓰는 2025년 9월 이 단지들의 가격을 다시 돌아보니 많게는 4억 적게는 2억 정도 일제히 가격이 상승해 있는 모습이다.)


나는 염두에 두었던 모든 단지에 다 찾아가 매물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후보군 중 대부분 단지는 내 가용자금이었던 1억 3천만 원으로는 택도 없는 가격대였기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무모했다.



(조정지역) 용인시 수지구 태영데시앙1차 2004년식 84타입 7.1억

(조정지역) 용인시 수지구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 2015년식 84타입 7.3억 (탑층)

(조정지역) 용인시 수지구 진산마을삼성5차 2003년식 84타입 7.1억 (탑층)

(조정지역) 용인시 기흥구 기흥역더샵 2018년식 84타입 8억

(조정지역)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센트럴타운 2012년식 84타입 8.1억

(비조정지역)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2017년식 84타입 7.5억


당시 1 주택자라면 비조정지역의 84 타입 이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시세의 70%까지 대출해 주는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계산 상 아주 간신히 수원시 소재 힐스테이트영통이라는 단지의 아파트는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간신히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단지라도 최대 한도의 대출을 받아서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던 시기였기에 분당이나 용인 수지에 이어서 수원 영통의 아파트들도 좋은 단지들 위주로 손님이 북적이기 시작했고 나조차도 앞뒤 가리지 않으며 매일 해당 단지에 방문하여 물건을 찾아다닌 결과 알맞은 가격의 집을 딱 하나 찾아냈다. 그리고 바로 가계약금 500만 원을 넣으려는 순간 또 문제가 발생했다.


"집주인이 계약금으로 1억 5천만 원을 달래요."


"네? 저희는 10%의 계약금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요새 이 정도 가격대 집은 그렇게 계약 안 해요. 1억 원 이상은 준비하셔야 해요. 이 집은 집주인이 지금 다른 집을 사려고 하는데 그 집 계약금을 내야 하니 1억 5천만 원이 필요하대. 그래서 싼 거예요."


"사장님 저희 7천만 원 밖에 없는데 어쩌죠?"


"내가 한번 깎아볼게. 일단 구할 수 있는 만큼 구해봐요."


문득 이전에 날린 가계약금 5백만 원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사장님, 제가 매도자랑 이야기해서 계약금 1억 1천만 원까지는 맞춰놨어. 그래도 모자라요?"


"네.. 아무리 해도 8천5백만 원 이상은 지금 당장 구하기가 힘들어요."





수도권 불장 초입, 나는 간신히 찾은 이 집을 계약금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눈을 좀 낮추고 더 낮은 금액대의 집을 알아보려던 그때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빌려줄게요. 차용증 쓰면 돼.
부동산 거래할 때 이렇게 하기도 해요.
이번 주 토요일에 계약서 씁시다.



그렇게 2019년 10월 나는 간신히 무주택자에서 다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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