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 이야기 4
오늘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쉬는 시간마다 참새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참새고기를 먹어본 아이들과 통닭을 먹어본 아이들과 논쟁 중이다.
참새를 구워 먹으면 통닭 맛하고 비슷하다는 것인데 결론이 통 나질 않는다. 참새고기를 먹어본 아이들도 있고 통닭을 먹어본 아이들은 있는데 둘 다 먹어 본 아이들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둘 다 먹어보지 못했지만 참새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둘 다 새 종류라서 맛이 비슷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하교 전까지 쉼 없이 떠들어대던 아이들은 결국 참새를 잡아서 구워 먹자는 결론을 냈다.
늘 모이던 고샅길 바로 옆에 살던 철권이네로 모였다. 커다란 바구니, 막대기, 짱돌, 노끈 그리고 쌀 한 줌으로 참새사냥 준비가 끝났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참새사냥은 진행되었다. 모두 숨죽이고 참새가 바구니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나는 사실 참새를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잡는다는 기대를 갖지 않았다. 혹시라도 참새가 잡히면 만례씨 핑계를 대고 집에 먼저 갈 참이었다. 참새들이 바구니 주변을 맴돌기는 하는데 바구니 안으로 영 들어오질 않는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다른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망을 보고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다.
가위 바위 보! 술래가 정해지고 숨기 시작했다. 이불장에 잠시 숨어 있으려다 잠이 들었다.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았다.
이불장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없다. 저녁밥때가 다 되도록 만례씨가 아직 밭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마당으로 나와 보니 참새사냥에 성공했는지 쥐불놀이 분유깡통에 불을 피워 참새를 굽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구워진 참새를 본 나는 사색이 되었다. 머리까지 통째로 구워진 참새는 그야말로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다들 한입씩 맛을 보며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소금을 찍어먹으니깐 통닭이랑 비슷하다고 하기도 하고 참새고기가 더 맛있다고도 했다.
올 것이 오고 있다. 집에 갈 적절한 순간을 놓쳤다. 또다시 모두의 시선이 나의 입을 향하고 있다. 새끼손톱만큼 작게 뜯어서 입속으로 가져간다. 소금을 한 움큼 털어 넣는다. 짜디짜다.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렁거림이 올라왔다. 토하기 일보 직전이다. 아이들 앞에서 절대로 토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늦었다며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재래식 변소로 달려가 우르르 쏟아낸다. 나무판자 위에 똥 구더기가 기어가고 있다. 버팀목을 짚었던 내 손가락으로 구더기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손을 치울 기운도 없다.
참새고기는 이미 다 입 밖으로 쏟아냈는데 혀끝에 구더기가 달라붙은 사람마냥 쉴 새 없이 침을 뱉어댔다. 다리는 점점 더 저려오고 심장의 두근거림은 점점 더 빨라지고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의식이 아득해져 갈 때쯤 만례씨의 묵직한 손이 내 양쪽 팔뚝을 안아 올려 일으킨다.
“고까지 꺼 후딱 치워불믄 됭깨 게울라믄 동백아래다 하랑깨 잔생이도 말을 안 듣네이. 똥깐에 빠져블믄 어찔라고 그러냐이.”
“실 타아. 누가봐블믄 어쩔라고 우세시럽다이.”
“다 개래졌는디 누가 본다냐이. 니 게운 거 본다고 맨맛하니 볼 사람 암도 없응께 꺽정 허덜 말랑깨. 여 와서 국시나 싸게 좀 먹어라이. 낯부닥이 짜잔하니 쓰겄냐이.”
“할머이. 나 지인짜 암 껏도 몬 묵겠다이.”
울렁대는 속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잔뜩 구겨진다.
“애앰뱅. 내 앞시워서 또 초상치를 일 없응깨. 속창아리 없는 소리 고만하고 깨까다니 손 씨끄고 와서 국시나 얼렁 먹으랑깨.”
설탕국수의 면을 입으로 차마 가져가지 못하고 입술을 딱 붙이고 괜스레 국물을 휘적거려 본다. 포크숟가락을 뱅글뱅글 돌돌돌돌 돌려서 하염없이 면을 말고만 있다.
뒤돌아 앉은 만례씨의 한숨소리에 나의 동공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포크숟가락에 돌돌 말린 설탕국수와 만례씨의 굽은 등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숨을 죽이고 눈치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