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 이야기 3
“쌤아!!!!!!!!! 쌤아! 가스나야. 눈떠봐라이.”
소리는 들리는데 눈이 떠지지가 않는다. 만례씨가 나의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할머이 아퍼. 고만 흔들어.’
아프다는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는다.
“가스나야. 인나라고! 오메!! 오!!!메에!!!!! 어째야쓰까.”
’할머이 아퍼. 글고 나 너무 졸립다이.‘
여전히 입 밖으로 말이 내뱉어지지가 않는다.
어깨를 사정없이 흔드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물 묻은 손으로 내 뺨을 찰싹찰싹 때려댄다.
’할머이 너무 아프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입 밖으로 좀처럼 말이 내뱉어지지가 않는다.
“할머이 고만해이.”
드디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가스나야. 니 죽을 뻔 했다이. 모단다고 한 데서 쳐 자고 지랄이고! 오메!!!!!!!!!! 연탄깨스 먹고 뒈지고 싶어서 환장 했는가배이.!!!”
천근 같았던 눈꺼풀이 서서히 들어 올려 지기가 무섭게 목구멍으로 차가운 싱건지 국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칼날처럼 차가운 싱건지 국물이 목구멍을 사정없이 때리고 뱃속 저 밑으로 내려가서 목구멍으로 다시 차올랐다.
뱃속에서 마치 거품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소용돌이치면서 거품을 미친 듯이 만들어 내는 듯하다. 뽀글뽀글 점점 위로 올라온다. 볼이 빵빵하게 차오른다. 입술을 앙 다물어 보지만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다.
만례씨의 거친 손바닥이 등짝을 쳐댄다. 내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머리통이 깨질 듯이 아프다. 배꼽 밑에서부터 또다시 울렁거림이 올라온다. 지겹고 지겨운 토악질을 계속 해댄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침인지 싱건지국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오만 것들이 얼굴에 범벅이 된다.
만례씨의 절반밖에 없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이 내 코로 향한다. 만례씨 손에 대고 코를 휑하고 푼다. 만례씨가 늘어 날대로 늘어난 난닝구를 잡아당겨 내 얼굴을 연신 닦아댄다. 그리곤 당신 얼굴에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한껏 더 늘어난 난닝구로 무심하게 닦아낸다.
목구멍에서부터 울컥함이 밀려온다. 혀끝부터 침이 다시 차오른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목구멍에서 가슴속으로 눈물을 꾸역꾸역 집어삼킨다.
눈도 맵고 코도 맵고 입도 맵고 가슴도 맵다. 일곱 살 말라깽이가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