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아름답지 않았지만 괜찮아.
샘아, 안녕?
나는 스무 해 뒤의 너야.
너는 네 이름의 뜻을 알고 있을까?
‘마르지 않는 샘’, ‘축복의 강’.
너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축복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야.
하지만 ‘한샘’이라는 그 이름과는 달리
스무 해 전 너는…
한숨으로 가득했고, 스스로를 한심하다 여겼지.
‘말라버린 샘’, ‘저주의 강’이라며
세상을 비관하고, 모든 것을 어둡게만 바라보던 너.
결국 너는 비혼을 선택했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던 끝에
마지막엔 결국 죽음을 선택했지.
그때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너를 붙잡았던 걸까?
아니면 네 마음 깊은 곳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올려 보낸 기도가 있었던 걸까?
혹은, 태초부터 예정된 신의 손길이었을까?
너는 그 죽음의 끝자락에서 신을 만났다.
한샘아, 지금으로부터 2년 뒤,
네가 상상도 못 했던,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너의 인생 문을 두드릴 거야.
설마… 하고 넘길지 모르지만, 그 설마가 바로 그 사람이야.
그 사람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그 손… 놓치지 마. 알았지?
지금의 너는 믿기 어렵겠지만
그 사람과 너는 결혼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
그리고 하나 더.
지금 너는 그렇게도 쓰고 싶어 하던 글을
마음껏 쓰고 있어.
이 편지도, 어쩌면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 웅크린 채 남아 있는
상처받은 너에게 보내는 편지일지 몰라.
앞이 캄캄해 보여도 용기 내 줄래?
너의 속도가 느려서 답답해도, 괜찮아.
나는 끝까지 기다릴게.
혹시라도 내가 너를 잊을까 봐
네가 서운해하지 않도록 말해 줄게.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 없어.
두 팔 벌리고 기다릴게.
언제라도 달려오면 따뜻하게 안아줄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줄게.
나는 너에게 늘 고마워하고 있어.
그래, 맞아.
지금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말은 이거야.
살아내줘서 고마워.
그리고…
조금 쑥스럽지만 마지막 고백을 할게.
한샘아, 사랑해.
P.S 너의 삶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이 흘러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