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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반찬? 개구리반찬?

섭식장애 이야기 7

by 노래하는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교만 하면 아이들은 닥치는 대로 곤충이며 이것저것을 잡으러 다닌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도 난 듯이 이것저것 다 잡아먹을 기세다. 참새, 메뚜기, 뱀, 오늘은 개구리다. 잡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먹어보라고 하는 건 견딜 수가 없다.


논둑길을 줄을 지어 걸어간다. 오늘따라 개구리가 많기도 하다. 논둑 고인 물에 물살을 가르며 뱀 한 마리가 엄청난 속도로 개구리를 따라간다.


상권오빠가 대나무 끝을 벌려 막대를 끼운다. 대나무를 사정없이 뱀 머리를 향해 내리꽂는 동시에 막대 틈 사이로 뱀 머리를 끼워 비튼다. 아직 숨이 조금 남아있는 뱀을 장난스럽게 내 얼굴에 가까이 댄다. 뱀이 파닥거리자 묻어있던 흙이 살짝 내 입술에 튄다.


‘니미럴.’


나는 너무 무섭고 징그러우면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 숨이 멎는 것 같다. 속은 너무 역한데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흙을 털어낸다.


“에이. 겁나게 재미 없네잉.”


내 반응이 영 시원찮았는지 상권오빠는 뱀을 바닥에 내리쳐서 결국 숨통을 끊어 놓는다. 그 사이 아이들은 개구리를 사냥해서 손에 개구리가 들려있기도 하고 반찬통에 담아서 들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전리품을 들고 철권이네로 모인다. 오늘도 역시나 구워서 먹을 생각이구나.


불을 댕기기 전부터 몇몇 아이들이 살아있는 개구리를 해부한다. 앞다리, 뒷다리, 몸통 할 것 없이 키득키득 거리며 신나게 해부를 해댄다. 한구가 개구리 뒷다리 하나를 쭉 찢어 내 쪽으로 휙 던지다. 한구를 눈으로 죽일 듯이 쏘아보며 속으로만 쌍욕을 싸댄다. 한구가 흠칫 놀라더니 딴청을 부린다.


‘우라질 시끼. 똥물에 튀겨 쥑여도 쉬언찮을 시끼.’


불이 달궈지자 부지깽이로 살살 자리를 만들어서 개구리를 구울 준비를 한다. 상권오빠가 제일 먼저 개구리 뒷다리를 잡고 칼갈이 돌에 개구리를 내리쳐 기절을 시킨다. 그 뒤를 따라 차례대로 개구리를 기절시킨 뒤 쓰레트에 올려놓는다.


개구리가 점점 구워져 간다. 점점 바싹 구워져 간다. 내 입술이 바싹 말라간다. 오늘도 내빼면 더 이상 끼워주지 않는다고 다들 으름장을 놓는다.


나는 이제 혼자서 놀란다. 더 이상은 못해 먹겠다. 나는 결국 개구리를 먹지 못하고 집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만례씨가 있는 밭으로 향한다. 저 멀리서 만례씨 챙모자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할머이. 내 할머이 따라서 밭에 댕기믄 안 됭가?”


“여말이 빠진 소리 하고 자빠졌네. 머던디 고상시럽게 밭에 온다카고 지랄이여.”


“야들하고 노는 거 심 들고 재미가 한나도 없당깨.”


“역서 있으믄 헐 것도 읍고 더 심심한담마다. 친구들 허고 노는 것이 더 재밌재.”


“내 맴 맞는 친구 한 명도 읍단말이여. 그라믄 내 오늘만 여 있으께.”


“날도 더운디 아플썽싶은께 좋은 일에 얼렁 가서 옥수시 찌논거나 묵고 있으란마다.”


“하... 차말로... 알았다잉.”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발걸음이 무겁다. 풀 죽어서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내 뒤통수에 대고 만례씨가 소리친다.


“니 책 보는 거 좋아항께 니 애비한테 책잠 마이 좀 갔다 돌라 할텡께, 얼렁 들어가니라이.”


만례씨의 말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새로운 책을 볼 생각에 마음이 조금씩 설레어온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밭에서 돌아오자마자 만례씨는 아버지께 내가 읽을 책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세계명작동화 전집세트, 전래동화 전집세트, 카세트테이프 세트가 만례씨 집으로 배달됐다.

내 마음에 설렘도 함께 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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