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밤

by Heni


무엇인가 열리고 있는 여름밤,

늦고 있는 나의 하루가 문득 열어준 밤.


남들보다 빠른 걸음을 걷고 싶던 내게

하늘은 두 다리를 잃고 기는 법부터 알도록 나를 무참히 시련하게 했다.

그 안에서 열리지 못하고 피어나기만을 바랐던 나의 밤들

영글지 못한 나의 모습에 옆과 앞을 자꾸만 바라봤던 나의 밤들이

꽃망울이 생긴 지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작게 얼굴을 내밀었다.


크고 무겁게 꾸었던 것들은 모두 나를 그 크기만큼 주저앉게 했는데

작고 가볍게 꾸었던 것들은 이리도 소소하게 행복할 줄 아는 법을 알려준다.


그래도 사람이라고 크고 무거운 꿈들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어딜 가지 않지만

작은 것에 행복한 마음은 오늘 하루를 어디 가지 않는 밤으로 만들어 준다.


언제 다 영글지 모르는 나의 꽃,

언제 다 열릴지 모르는 나의 열매.

그래도 여름은 착실히 여름이고 있다.


그것으로 나는 또 한 뼘 자라겠지.

그것으로 된 밤이다.


어쩌면 나도 낮을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