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잖아,

by Heni




나는 있잖아,

한 번 마음에 들이고 사랑한 것을 계속 사랑하는 법만 아는 사람인가 봐.

그래서 사랑하지 않으려고 그 많은 노력들을 해왔었나 봐.


마음에 든 노래를 하루 종일 계속해서 듣고

감명 깊었던 영화를 매번 돌려보며 감동하고

좋았던 책은 버리지 못하고 항상 함께하고

그렇게 놓지를 못하는 사람인가 봐.


이미 끝난 영화는 다시 봐도 같은 결말이지만

그 영화 속 이야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아픈 결말까지도 사랑하게 됐어.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 같은 동화 속 내용이

그들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끝난 내 영화를 계속해서 돌려봐.


너무나 생생한 이 영화가 언젠간 빛바랜 이야기가 될까?

그러면서 나는 상영이 끝난 영화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


내가 남아서 기억하면 이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쿠키처럼 남은 조각들이 언젠가 속편을 만들어낼 것 같아서

나는 엔딩 크레딧을 멈춘 채로 계속 바라봐.


그 어떤 빛도 없던 내 영화관이 처음으로 빛을 내고 내게 빛이 되어주었던 그 시간을 나는 못 잊을 것 같아.


다른 영화가 시작된다 해도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사랑한 내 영화를 그 무엇도 대신하지 못할 것 같아.


이미 네 영화는 새로 시작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나는 불이 다 꺼져가는 이 공간을 떠날 수가 없어.


다시 이 영화가 반복되고 반복되어서

닳고 닳아 해질 때까지 계속 볼 것 같아.


너무 늦더라도 내 영화가 다시 막이 오르면 좋겠어서

다른 길을 빙빙 돌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내 영화가 다시 빛을 냈으면 좋겠어서


나는 오늘도 우리의 영화를 다시 보곤 해.

이야기 속에서 울고 웃으면서

결말에 아파하면서

나는 계속 우리의 영화를 다시 봐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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