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의 시대에 태어난 아빠

쌍둥이 육아 필수템

by 박준범

둥이들, 선호와 지안의 울음소리에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비몽사몽한 몸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달래주며

아내를 찾았다.


“여보, 어디 갔어?”


거실로 나가보니

아내가 심오한 표정으로 분유 제조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며칠 전,

쌍둥이에 첫째까지 돌보느라 지쳐 있던 우리는

결국 결심했다.


“안 되겠어. 이러다 둘 다 병나겠어… 우리 템빨로 가자!”


그날 우리는 인터넷에

‘쌍둥이 육아 필수템’을 검색해

중고와 새 제품을 뒤섞어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조금이라도 손이 덜 가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길 바라면서.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아이들과 맞지 않는 제품도 있었고,
갑자기 고장이 나서 오히려 더 정신없는 날도 생겼다.

“이거… 돈만 쓰고 힘든 건 똑같은 것 같아…”

아내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물론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제대로 활용을 못한 탓이 더 크겠지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런 육아템이 없던 시절,
우리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키우셨을까.


분유 포트도 없이
물 온도를 손등으로 맞추어 먹이던 시절.
일회용 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매일 빨고 말리고 개던 시절.

울고 보채면 바운서 대신
직접 안고, 업고, 흔들어 달래주던 그 시절.


지금보다 훨씬 더 불편한 환경이었을 텐데,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나를 키워주셨다는 사실이
이제야 와 닿는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의 손길과 그때의 마음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비로소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엄마, 아빠.
뒤늦게라도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존경하고, 정말 사랑합니다.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둥이들 곁으로 걸어간다.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