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첫째 아이의 축구 대회가 있었다. 내내 맑다가 하필 그날 비가 왔다. 처음엔 보슬보슬 이러다 그치려나 했는데 이내 장대비가 되어 경기 진행이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대회가 취소되었나 했는데 6월로 연기가 되었다.
6월의 한낮은 확실히 더웠다. 경기당 20분. 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축구를 한다기 보다는 공을 쫓아 달리는 놀이를 하는 듯 보였지만 다들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가쁜 숨을 몰아쉰다. 저러다 더위 먹을라. 뛰어가서 머리 위로 생수를 부어준다.
결과는 4전 4패. 심지어 무득점. 아이들은 풀이 죽었는데 나는 뭉클했다. 한 경기 한 경기 하면서 점점 더 열정적으로 뛰었던 모습들을 봤기에. 그러면 뭐해요. 다 졌는데. 아니, 얘들아, 열심히 했으니까 그걸로 되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열심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거란다.
열심히 하면 다냐. 잘 하는 게 중요하지. 뭐 그런 말을 대단한 조언이랍시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물론 이런 말이 나오는 상황이 있다.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정말 아니다. 나의 노력을 평가해달라니, 그건 너무나 주관적이지 않은가요. 노력은 고마워요, 결과는 형편없지만. 그런 이야기라도 들으면 마음이 가벼운가요.
오늘 점심에 우연히 한 기업의 대표님을 만났다. 나를 만나자마자 채널톡의 김OO을 아느냐고 물어보신다. 이유인즉슨 김OO이란 사람이 자신에게 콜드메시지도 보내고 팔로업 요청도 보내고 아주 귀찮게 하는데 그 집요함과 성실함에 감탄했고 나아가 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열심히 일하게 하는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멤버의 열심과 노력을 알아봐주신 대표님께 고마웠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시작은 좋은 것 같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하자. 근데 잘 하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열심과 노력 없이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평범한 나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열심과 노력은 쇠를 두드리는 망치질과 같이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일에 리듬과 템포를 준다.
열심과 노력은 귀중한 게 맞다. 적어도 그걸로만 인정 받겠다는 어거지를 부리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