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몰랐네
우리는 착각 속에 산다.
대표적으로 나는 괜찮겠지. 나는 잘 하고 있어. 등등.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생존에도 필요하다.
걱정이 많고 불안이 높아도 살기가 힘들다.
그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건강검진이 아닐까.
선배들이 건강검진 결과가 꼭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라던데,
이제 마흔이 가까워진 나도 그런 느낌을 종종 받는다.
이번 검진 결과는 참담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아주 아주 높았고,
"이 상태라면 '급사'하셔도 이상하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 급사라니요. 그런 무서운 말씀을...
무섭죠? 근데 사실이에요.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있어요.
당장 약을 시작하셔야 해요.
약을요? 얼마나 복용하면 되나요?
평생!
평생?
평생!
약을 안 먹으려면요?
음... 지금 몸무게의 10% 이상을 빼시고,
그것도 지방만 10% 이상을 빼셔야 해요.
가능하시겠어요?
네, 해볼게요. 할 수 있어요.
그럼 꼭 그렇게 하셔요.
하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도 약은 드셔야 하고,
그렇게 되셔도 약을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당장 근처 병원에 가서 약을 탔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만 먹을 일이 아니었다.
일단 커피를 끊었다. 아주 끊었다.
커피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들 안 좋은 줄 알고 있더라.
커피 안 좋은 줄 나만 몰랐다니...
대신 차를 마신다. 루이보스티, 캐모마일티.
식단도 시작했다.
어휴, 이것만 먹고 어떻게 사냐.
난 만약 이것만 먹고 오래 건강히 살 수 있다면 괜찮다.
평생 이것만 먹을 작정이다.
운동도 시작했다.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저강도~중간도 운동을 해야 지방이 연소된다고.
지금껏 격렬한 운동을 선호해왔는데?
혈액/혈관 이슈가 있어서 그렇게 피로했나?
운동 하면 원래 다 피로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내가 나를 몰랐다.
체중은 빠지기 시작했다.
체지방도 빠지고 있다.
변화는 더디다.
변화의 결과는 더디다.
그래도 변화의 시작은 아주 급격해야 한다.
초장에 잡아야 한다.
지구에서 달로 가는 로켓은
연료의 대부분을 지구 중력을 돌파하는데 쓴다고 한다.
변화를 하려면 극단적으로 인풋을 넣어야 한다.
그래도 될까말까.
운동하는 아빠들을 위한 클럽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파파파워클럽 @papapower.club
클럽원은 나 혼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지금은 일단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