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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by 총총파파 다이어리

아침 루틴이 생겼다.


- 23시 이전 취침

- 6시 기상

- 일어나자마자 침구 정리

- 안방 화장실에서 소변 보고, 체중 측정

- 운동복으로 환복

- 물 마시고 아침 운동 시작




아침 운동은 주로 집 근처 야트막한 산을 오른다. 정상까진 안 가고 30~40분 오르고 10~20분 내려오는 걸 목표로 한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 깨운다.


아침으로는 삶은 계란과 고구마를 먹고 (물도 충분히 마시고) 아이들은 일반식.




루틴이 생기기 전에 나는 루틴 같은 것에 구속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무슨 근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무언가 근거 있는 생각 같았다. 착각이었다.


루틴이 생긴 지금이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 내가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삶의 전부는 아니고 일부를. 그러니까 내가 중요시 하고 있는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루틴이 생기는 게 두려웠던 이유는 루틴이 깨질까봐 였던 것 같다. 이 역시 완벽주의의 부정적인 면이다.


실제로 루틴이 깨져봤다. 그럼 어떤가. 태연하게 다시 돌아가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늦잠을 잔 날이 있었다. 23시 이전 취침을 못했더니 기상이 늦어버린 것이다. 아침 운동을 스킵할까 짧게 고민했지만 가볍게 뛰고 오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루틴이 이어졌다.




루틴은 우리를 구속하고 역설적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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