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

Chapter.27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어린 왕자의 북 토크쇼가 열렸다. 그의 만화 인생과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여전히 많은 청중들이 모여들어 모두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즐거움을 주는 교육자임이 분명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왕자 특유의 재치와 친근한 설명 덕분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어린 왕자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앙일보라는 신문에 <먼나라 이웃나라 프리즘>이라는 역사 이야기를 매주 연재하고 있었고, 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반려견에 대한 만화 홍보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먼나라 이웃나라> 다음 편으로는 북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처럼 경계에 놓인 나라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스토리는 마치 어린 왕자가 별들을 탐험하듯 끝없이 펼쳐지는 듯했다.


그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했다. 특히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의 몸은 정교한 기계와 같아서 많이 쓰면 쓸수록 고장 난다는 다소 이상하지만 그럴듯한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또래 나이대의 사람들과는 달리 골프도 치지 않고 친목 모임에도 나가지 않으니, 덕분에 작품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린 왕자가 실은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매체에든 정기적으로 연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가오는 마감에 대한 압박감 등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큰 스트레스이자 체력적인 부담이지만, 어린 왕자는 그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 순간 임하기에 늘 연재에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그림 솜씨, 독창적인 창의력 등 타고난 재능 또한 크게 기여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 그의 긍정적인 마음의 힘일 것이다. 그는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을 때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며 기뻐하는 사람이다. 그는 사실 부모님 복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난 왜 부모님 복이 없는 거지, 억울해!"라고 불평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린 왕자는 "비록 부모님이 안 계시지만, 그렇기에 무한대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아무도 내가 만화 그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서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도 많이 힘들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을 잘 알기에, 그의 그런 말들이 흐뭇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의 긍정적인 시선은 마치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긍정적으로 가꾸듯 세상을 바라보는 듯했다.


내가 어린 왕자를 알게 된 지도 벌써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의 만화를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유럽에 대한 지식과 사회 보장 제도, 민주주의 등에 대한 이해는 <먼나라 이웃나라>로부터 얻은 것이 컸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나는 어린 왕자의 만화를 참 좋아했다. 가보지 못했던 유럽에 대한 정보, 그것도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무미건조한 설명이나 딱딱한 수치가 아닌,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생생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마치 어린 왕자가 다른 별에서 온 이야기를 들려주듯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유럽에서 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했다는 사실과 명랑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고급스러운 그의 그림체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의 그림은 마치 어린 왕자가 정성껏 그린 자신의 별 그림처럼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어린 왕자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때로는 밉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늘 알 수 없는 열등감을 안겨주었다. 나는 몰래 그의 그림체를 트레이싱 용지에 대고 따라 그리기도 했고, 그처럼 외국어를 능숙하게 익혀 다른 나라의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며 새로운 뉴스를 찾아 칼럼도 써보고 싶었지만, 결국 나는 어린 왕자와 같이 될 수 없었다. 그를 꿈꾸며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 초라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나는 와인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철학 이야기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깊이는 마치 어린 왕자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는 심오한 눈빛과 같았다.


어린 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꿈꾸며 여러 나라들을 여행해보기도 했지만, 그와 같이 깊고 통찰력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못했다. 어린 왕자가 많이 부럽고 때로는 질투심마저 느꼈다.


그러나 이내 그를 질투하고 미워하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왕자에게 만화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그만의 즐거운 놀이터였다는 그의 말에 나는 모든 질투와 시기를 내려놓았다.


어린 왕자가 언젠가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놀이, 가고 싶은 곳, 또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도화지 위에서 무한히 펼칠 수 있기 때문에 만화는 영원히 내가 살아있는 한 즐기면서 놀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야."


이런 순수한 열정을 지닌 어린 왕자를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였던 나는, 절대로 그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어린 왕자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의 만화는 샘솟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그의 별과 같았다.


어린 왕자가 만약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나, 이 책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감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면 결코 오랫동안 지속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훌륭한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는 늘 다음에는 무슨 책을 쓸까, 무엇을 하며 놀까를 연구하는 즐거움과 자기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풀어놓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반짝이는 별들처럼 빛나고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의 눈을 보면 여전히 이런 이야기도 하고 싶고, 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은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비록 이제는 체력적인 한계가 있을지라도, 아마도 그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이다.


나는 지금은 어린 왕자와 헤어져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어린 왕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제는 나이가 들었고, 먹고살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나는 <먼나라 이웃나라> 23권과 24권 인도 편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볼 생각이다. 아직 25권 북유럽 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4권을 너무 빨리 읽어버린다면, 25권 북유럽 편이 너무나 간절하게 기다려질 것 같았다.


혹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제25권이 새로 나온 것을 보신 분이 계시다면, 부디 내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내가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을 담아 짧은 편지 한 통이라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와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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