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엄마!
우와.
냉장고를 연 나의 입이 벌어졌다.
어제 북한산 백운대를 올라갈 때 그토록 잔뜩 먹고 싶었던 물이 생각나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 얼음을 찾는 나에게 냉장고 위칸을 열어보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띵.
그 순간, 정수기에서 물이 다 받아졌을 때 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도착했다.
"아."
난 아까 내가 정수기에서 받아놓은 물컵을 들어,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근데 나 이거 다 먹어야 되는데?"
하.
하고 한숨을 쉰 나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정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원망하면서.
그때였다.
"그거 아빠 줘, 아빠가 물 마실게. 넌 그거 먹어."
호오~?
아빠의 제안에 난 250ml의 물이 담긴 커다란 물컵을 아빠에게 주고, 레모네이드를 들었다.
와우!
하는 입모양과 함께 엄마에게 감탄의 눈빛을 보내면서.
조심조심 레모네이드를 들고 가면서 레모네이드에서 눈을 떼지 못 한채, 식탁의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방에 가져가서 먹어."
방?
하면서 허공을 맴도는 나의 눈동자가 곧바로 신나서 놀고 있는 2명의 남동생에게로 향했다.
안 돼.
반사적으로 든 생각. 하지만 그 반사적으로 든 생각'에는 나에 모든 진심이 담겨있었다.
사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음식만큼은 절대 동생'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왜 나눠줘? 어차피 나 혼자 먹기도 부족한데 충분한데?'
그리고... '들'.
1명보다는 많다는 얘기지.
그런데! 그렇게 2명이나 되는 남동생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내 레모네이드를 나눠준다?
어차피 내 따가운 눈총 때문에 한 모금 밖에 못 마시겠지만, 내 레모네이드가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끄덕.
아무 말 없이 고갯짓으로 대답한 나는, 동생들에게 등을 진채, 최대한 레모네이드를 가려서 방에 도착했다. 내 방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안전했다.
SAFE.
말 그대로 SAFE다.
나와 부모님, 그리고 다이앤을 제외한 그 어느 외부인의 출입도 허가하지 않은 곳이니까.
사실, 다이앤과 나, 그리고 다이앤의 남사친(이라고 쓰고 남자 친구, 또는 남자 친구이라고 읽는다) 이 같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다이앤의 남사친 (...은 무슨! 남자 친구입니다)이 내 방에 들어오는 걸 딱 잘라 거절한 뒤로, 다이앤도 막 그렇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동생들은 물론이고!
그렇게 세이프한 나의 방에 안전하게 레모네이드를 안착시킨 나는 그대로 방을 나왔다. 사실, 여유로운 레모네이드 한 잔을 즐길 법도 했지만, 나온 이유는.
심심해서!
그렇게 나온 나는 식탁의 의자에 앉아서 오이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불쌍한 오이가 하나 둘, 내 입이라는 지옥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나도 내가 좀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옳다구나'하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글이나 쓸 내가, 대체 지금 이 시간에 왜 나와있느냐 말이다!
그래서 난...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방에 들어가라고 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곧장 쪼르르 방에 들어왔다.
엄마와 나는 친하면서도 안 친하고,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다.
엄마와 싸웠을때, 내가 기분 풀라고 가서 엄마 입에서 '괜찮다'라고 용서의 말이 나올 때까지 껴안기도 하고, 엄마도 내가 좀 서운했을 것 같으면, 이렇게 선물(먹는게 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거나, 편지를 써주기도 한다.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