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가까운 작은 어촌 도시가 중국 IT 수도로 급성장했다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옛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 APEC이 개최되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11년 만에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시진핑 주석은 국빈초청으로 경주를 방문하였다.
경주(慶州, Gyeongju)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행사 마지막 날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Xi Jinping) 주석은 내년(2026년) 11월 선전시(深圳市, Shenzhen)에서 APEC 경제지도자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APEC 차기 개최지인 선전(Shenzhen)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하며 홍콩(香港, Hong Kong)과 인접해 있고, 수십 년 만에 낙후한 어촌에서 현대적인 국제 대도시로 변모했다고 일부러 강조했다.
중국 최고 리더의 발표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세계 IT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한 선전(Shenzhen)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전 선전은 인구 약 33만 명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당시 중국 남부에 위치한 광둥성(廣東省, Guangdong)의 1인당 GDP는 370위안(약 51 USD, 약 67,000 KRW)으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홍콩과 경계를 맞댄 변방 지역이었던 선전(Shenzhen)은 농업과 소규모 어업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1980년 8월 26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선전(Shenzhen), 주하이(珠海, Zhuhai), 산터우(汕頭, Shantou), 샤먼(廈門, Xiamen)에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 설립을 승인했다.
당시 광둥성 당서기였던 시중쉰(習仲勳, Xi Zhongxun)의 계획은 덩샤오핑(鄧小平, Deng Xiaoping)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광둥성은 경제와 수출사업 발전을 위해 전국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경제특구 정책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1981년 선전은 중국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50.6%를 유치하며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1985년까지 4개 경제특구는 여전히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의 26%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선전의 GDP는 1985년 39억 위안(약 5억 4천만 USD, 약 7,084억 원)에 달해 1980년 대비 14배나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1980년부터 1984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약 10%였던 반면, 선전은 연 58%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10년간 경제개혁으로 선전의 인구는 6배, GDP는 약 60배, 공업총생산은 200배 증가하는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2024년 선전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선전의 GDP는 5.8% 성장해 3조 6,800억 위안(약 5,074억 USD, 약 667조 원)에 달하며 중국 최고 실적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작은 어촌 마을이 40여 년 만에 메가시티로 변모한 것이다.
선전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s) 약 667조는 최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내년도(2026년) 한국 정부의 예산안이 728조 원임을 감안하면 약 91%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국회 예산안 심의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한국이 중국을 폄하하고, 좌파 세력이 추종하는 공산국가라고 극혐 감정을 표출하며 시내 한복판에서 중국 반대 시위를 개최하는 동안, 중국은 1개 도시의 GDP가 한국의 1년 예산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해 버렸다.
중국 선전(Shenzhen, 深圳市) 시는 2024년 기준으로 상주인구가 약 1798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서울특별시 인구 약 950만 명, 인천광역시 약 290만 명, 경기도 수원시 약 120만명, 경기도 고양시 약 100만명, 경기도 용인시 인구 약 100만 명을 다 합쳐도(약 1560만 명) 230만 명이 부족하니 얼마나 큰 도시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에는 상주인구 ‘1500만 명 이상‘ 기준으로는 6개 도시가 있다. 충칭, 상하이, 베이징, 청두, 광저우, 선전이 이에 해당된다. 인구 500만 명이 상주하는 중국의 도시는 2024년 기준으로 총 88개에 달한다.
선전 발전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홍콩과의 지리적 근접성이다. 선전은 약 3,000억 달러(약 394조 원)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으며, 9만 개 이상의 외국 기업이 설립되었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선전에 대부분의 투자, 첨단 기술,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선전만(Shenzhen Bay) 대교(길이 5.5km)는 선전만 항구 교차로의 일부로, 선전의 '똥-지아오-토우(Dongjiaotou)'와 홍콩의 '응오-홈-섹(Ngau Hom Shek)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홍콩에서 중국 선전까지 실제 교량 통과시간은 20분 이내이지만, 국경 입출국 심사 및 세관검사를 거쳐야 하므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광저우-선전-홍콩까지는 중국 고속철도(CRH)가 연결되어 있다. 노선 명칭은 '꽝-썬-깡-까오-티에(广深港高铁 (Guǎng Shēn Gǎng Gāotiě, Guangzhou-Shenzhen-Hong Kong Express Rail Link)'이다. 홍콩 서우깁 역 (Hong Kong West Kowloon Station)에서 출발하면 선전 베이 역 (Shenzhen North Station)까지 15분~2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홍콩-선전 구간 고속열차 탑승 비용은 표준석이 약 10,000~15,000원 (홍콩달러 80~120 HKD), 1등석이 약 20,000원 정도 (홍콩달러 160 HKD)로 저렴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홍콩의 생산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홍콩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이전할 필요가 있었다. 홍콩 수출업체와 소비자에게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를 제공하는 선전은 최적의 공장 입지가 되었다.
선전은 처음에 제조업을 유치했고, 그 위치 덕분에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어 주요 제조 허브가 되었다. 이후 점차 첨단 기술과 금융 서비스 같은 고부가가치 지식집약적 부문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며 경제 발전을 지속했다.
화웨이(華為, Huawei): 대용량 통신 서버장비의 거인
화웨이는 1987년 인민해방군 공병대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 Ren Zhengfei)가 선전에 설립했다. 초기에는 전화 교환기 제조에 집중했던 화웨이는 점차 사업을 확장해 170개 이상의 국가로 진출했다. 2012년에는 에릭슨(Ericsson)을 제치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되었다.
1998년 화웨이는 반톈(坂田, Bantian)에 첫 캠퍼스 건설을 시작했고, 2003년 400에이커(약 162만 제곱미터) 규모의 캠퍼스가 글로벌 본사가 되어 현재 3만 8천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화웨이의 성공은 선전이 단순 제조업 도시에서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전환하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텐센트(騰訊 텅-쉰, Tencent): 인터넷 제국의 탄생
텐센트는 1998년 11월 마화텅(馬化騰, Pony Ma), 장즈둥(張志東, Zhang Zhidong), 쉬천예(許晨曄, Xu Chenye), 천이단(陳一丹, Chen Yidan), 중리칭(曾李青, Zeng Liqing) 5명이 선전에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 50만 위안(약 6만 9천 USD, 약 9,070만 KRW)은 당시 회사 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이었다.
1999년 2월 텐센트의 메신저 제품 OICQ가 출시되었고, 이후 QQ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QQ는 첫 해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회사는 2001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게임, 광고, 모바일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텐센트 본사는 선전 난산구(南山區, Nanshan District)에 위치한 텐센트 빈하이 맨션(騰訊濱海大廈, Tencent Seafront Towers)이다. (위 사진)
BYD: 중국 전기자동차 혁명의 선두주자
BYD는 "Build Your Dreams"의 약자로 알려져 있으며, 1995년 왕촨푸(王傳福, Wang Chuanfu)가 충전식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2003년 자동차 사업을 추가한 BYD는 현재 중국 최고의 전기차 제조업체이다.
2024년 하반기에 마침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BYD는 여전히 세계 휴대폰 배터리의 절반 정도를 생산하며 원래 사업도 유지하고 있다.
DJI(大疆 따-지앙, Da-Jiang): 세계 드론 시장 지배자
창립자 왕타오(汪滔, Wang Tao)는 항저우(杭州, Hangzhou) 출신으로 홍콩과학기술대학(香港科技大學, HKUST)에서 공부하며 기숙사에서 첫 드론을 제작했다.
2006년 선전으로 이주해 DJI를 설립했고, 7년 후 2013년 첫 팬텀(Phantom) 시리즈 드론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DJI는 미국 소비자 드론 시장의 약 76%,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며 드론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ZTE(中興 쭝-신, Zhongxing): 5G 통신 네트워크 거인
선전에 본사를 둔 ZTE는 1985년에 설립되어 화웨이와 함께 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업이 되었다.핵심서비스는 화웨이가 서버에 집중한다면 이 기업은 통신 장비 즉, 이동 통신(5G, 4G 기지국 등), 네트워크 인프라 제품을 담당한다.
화웨이에 이어 통신분야에서 중국 2위 기업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도 10% 내외 (5G 분야 주요 제품 및 기업)를 차지한다. 이들 두 기업의 경쟁과 협력은 선전을 세계 통신 기술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15년 선전 기업들이 제출한 특허협력조약(PCT) 신청 건수는 13,308건으로 중국 전체의 46.9%를 차지하며 1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선전이 단순한 제조업 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선전은 중국 전자제품의 1/6, 세계 전자제품의 1/10을 생산하며, 수년에 걸쳐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이상적인 성숙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부품 조달에서 생산, 물류까지 모든 것이 선전에서 완결될 수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게 엄청난 경쟁력이다.
2011년 시작된 피콕 플랜(孔雀計劃, Peacock Plan, 우아한 공작처럼 뛰어난 인재 영입 정책)은 해외에서 고급 혁신 인재와 팀을 유치하는 정책이다. DJI, 로욜(柔宇, Royole), 광치 첨단기술연구소(光啓, Kuang-Chi) 같은 고성장 기업들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 정책의 지원을 받았다.
선전의 전략적 위치는 제조업 유치의 초석이었고, 이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주요 제조 허브가 되었다. 이후 점차 첨단 기술과 금융 서비스 같은 고부가가치 지식집약적 부문으로 산업 고도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의 모델을 제시했다.
선전시는 정부의 전략적 정책, 홍콩과의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가 결합되어 작은 어촌에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40여 년 만에 이루어진 선전의 기적은 적절한 정책, 전략적 입지, 그리고 혁신 생태계가 어우러질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현재 중국의 실상이다.
한국 경주에서 바톤을 이어받아 오는 2026년 11월에 중국에서 개최되는 APEC은 세계 각 국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 개최도시라는 선전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문헌 References>
Title background image: Nighttime panoramic view of the Shenzhen Civic Center, with the Ping An Finance Centre towards the right. Located in the Central District, Shenzhen City (Image from Wikipedia Commons)
Bloomberg. (2025, November 1). China picks tech hub of Shenzhen to host APEC summit in 2026. Retrieved from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5-11-01/china-picks-tech-hub-of-shenzhen-to-host-apec-summit-in-2026
DU JUAN, 'Shenzhen sees GDP surge to $238b in H1', China Daily, 2024-07-28
CGTN. (2025, November 1). China's Shenzhen to host APEC Economic Leaders' Meeting i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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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China Morning Post. (2025, November 2). Why China chose tech-hub Shenzhen to host the 2026 APEC summit.
The Korea Herald. (2025, November 1). Xi announces Shenzhen as host city for APEC 2026 summit.
기획재정부(보도자료), "회복과 성장을 위한" 2026년 예산안 및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2025-08-29
Xinhua News Agency. (2025, November 1). Xi says China's city of Shenzhen to host APEC Economic Leaders' Meeting i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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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TN: (Video) Southern China's city of Shenzhen to host APEC Economic Leaders' Meeting in 2026,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