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무위키 편집을 하면서 동경을 가지게 된 직업도 있었다. 내 성격과 얼마 정도의 재능에 잘 맞겠다고 생각해 꿈꾼 직업이었다. 바로 야구장과 농구장에서 팬들을 이끄는 응원단장이다. 치어리더의 문서를 편집하다보면 응원단장을 뻬놓고 넘어갈 수 없다보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교를 다닌 여러분 모두 알겠지만,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서 응원을 이끄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낀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이끄는 그 웅장한 모습에 부러워하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쩌면 겁날 수도 있는 응원구호를 자신 있게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응원단장은 단순한 끼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단장이라는 직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만든 계기, 인물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단장 조지훈 씨다. 야구팬들이라면 아마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이다. 비록 다른 팀을 응원한다 하더라도! 응원단장들 중 가장 높은 인지도에, 제일 높은 스타성을 보유하고 있는 응원단장이라고 난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치어리더들의 문서를 편집하다보니 이 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조지훈 단장은 2001년부터 프로야구, 프로농구 팀의 응원을 이끌어온 베테랑급 응원단장인데, 특히 2006년부터 현재까지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단장을 하며 롯데 팬들에겐 선수/감독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지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의 야구, 특히 응원문화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편이다. 이러한 부산의 응원문화는 프로야구가 처음 창단된 80년대부터 이어져왔지만, 이러한 응원문화를 대중화시키고 강력한 틀을 만든 건 바로 조지훈 단장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신문지 응원, 비닐봉지 응원, 응원가 때창, 사직노래방 등 야구경기 속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바로 조지훈 단장이 대중화시켰다. 이 중에는 그 전 응원단장들이 먼저 시작한 것도 있지만, 이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건 조지훈 단장의 노력이 컸다.
매 경기 때마다 "부산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를 외치며 무대에 올라오고, 경기가 진행되는 4시간동안 애너지를 잃지 않고 응원하는 그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 큰 감동처럼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난 대단한 위인으로부터 존경심을 얻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들이 내 눈에 더욱 들어오는 것 같다. 야구장에서 4시간동안 지치지 않고 팬들을 이끌며 그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는 조지훈 단장의 모습이 어느 유명인들의 삶보다 멋있게 다가왔다. 그 분의 나무위키 문서까지 내가 일부 편집을 했는데, 나무위키를 사용하는 롯데 팬들이 그에게 보내는 사랑과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난 짗궃은 호기심도 하나 생겼다. 과연 롯데는 조지훈 단장이 은퇴하기 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조지훈 씨가 처음 롯데의 응원단장이 된 2006년은 롯데 팬들이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암흑기 시절이었다. 그 후 로이스터-양승호 전 감독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부흥기가 찾아왔지만 그도 잠시 롯데는 아직까지 강팀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고 있다. 아마 롯데가 우승하면 사직구장 단상에서 팬들이 조지훈 단장을 행가레쳐줄 것이다.
또 한 사람을 꼽자면 KT 위즈의 응원단장을 맡고 있는 김주일 단장이다. 위에 적어놓은 조지훈 씨보다 훨씬 이 쪽 시장에 몸담은지 오래되었고, 몇몇의 응원단장들은 김주일 씨를 보고 이 쪽 세계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현대 유니콘스의 응원단장으로 시작해 기아 팬들이 기억하는 10년간의 응원단장 시절, 그리고 2015년 신생 구단 KT의 응원단장으로 취임헤 10년째 위즈파크 응원단장을 누비는 중이다. KT가 갓 신생팀이던 시절, 많이 갖춰진 것이 없는 팀에 기아의 상징이었던 김주일 단장이 온다는 것은 팬들에게 또 다른 자부심이 되었다. '주일매직' 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김주일 씨는 신생팀인 KT의 응원문화를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게 창작하고 구현해냈다. 기아 팬들이 김주일 단장의 이적을 땅을 치고 아쉬워하는 이유가 있었으리라. 그의 구호인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도 여전하다. 어느 팀을 가든.
사실 이 말은 현재는 세상을 떠난 울랄라세션의 멤버인 임윤택 씨가 자주 하던 표현이었다. 그의 자서전 제목 역시 이 문구가 들어가있다. 임윤택과 김주일, 두 사람은 다른 분야에 종사했지만 공통점이 꽤 보이는 것 같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으며, 마치 처음 시작한 사람 같은 애정이 넘처흐른다는 것이다. 임윤택 씨는 슈스케 3 참가를 앞두고 위암 4기 판정을 받았지만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병세 때문에, 아파진 몸 때문에 무대가 싫어질 법도 했으려만 그는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던 순간까지 웃었다. 처음 춤을 접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생애 마지막 무대에서의 그는 자신의 일에 똑같은 수준의 애정을 보이고 있었다. "좋아하면 다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같은 수준의 애정을 쏟아부기 어렵다는 건 모두가 다 알 것이다.
김주일 씨 역시 20여년 넘게 매일 4시간동안 응원석을 누비며 열정적인 애너지를 잃지 않는다. 현대의 응원단장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던 그 때나 지금이나 팬들을 폭발적으로 이끄려는 그의 의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얼마나 응원단장이라는 직업을 사랑하면 저렇게 미쳐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런 그의 모습에 팬들도 더욱 그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마 그는 나이 들어서도 응원단장을 할 것 같다. 매일 뛰는 점프의 고도는 낮아지겠지만,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한 "긍정적으로!" 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계속되지 않을까?
응원단장들의 문서를 몇 개 편집하면서, 이 직업 역시 치어리더와 마찬가지로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열악한 환경, 안정적이지 않은 수입, 또 팬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의도치 않게 풀어내야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오해를 풀지 못해 단상을 떠난 응원단장도 있었다. 팬들이 그저 부러워하고, 우러러만 보는 응원단장이라는 화려한 무대 비하인드에는 이들의 남모를 고충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걸 본 야구 팬 여러분, 응원단장이 치킨 그만 먹고 응원하라고 할 때는 같이 응원해주자. 소리도 질러주자. 그렇다면 이들은 여러분들의 환호와 함께 직업 그 자체가 주는 고통은 거의 다 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