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그를 보내는 것을
15.
정 선생이 있는 동관을 찾았다. 업무가 있을 때 말고는 일부러 가지는 않던 곳이었다. 사무실 앞에 서서 까치발을 세웠다. 키가 큰 그는 쉽게 눈에 띄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다 나를 발견했다. 멀리서도 그의 놀란 눈과 동시에 밝아지는 미소가 보였다. 살짝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손끝을 가볍게 모았다.
“웬일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여전히 한 박자 늦은 리듬이었다.
“그냥... 볼 일이 있어서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잘 왔네요.”
그의 시선이 내 어깨에 잠시 머물렀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길에 따라오는 눈길이 느껴졌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음에도, 그냥 들러요.”
처음부터 그였다. 나를 발견했던 것도, 나를 이끌었던 것도, 내 방에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던 것도.
그와 함께 있을 때 생겼던 많은 갑작스러운 약속들, 어색한 스킨쉽, 그는 그 모든 것을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했던 것일까. 나의 잘못들에도 그는 나를 질책한 적이 없었다. 관계가 흔들릴 때도 그는 나에게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를 지킬 수 있었던 것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빛에서, 그의 목소리에서, 그의 손길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나를 비난하기보다 스스로 용서하기를 바랐다는 것을.
수혁이라는 달콤하고 끈적한 관계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정 선생님이 보여주었던 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 선생님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에게로. 그가 나를 기다릴 것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보내야 했다. 그가 그의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도록. 어떻게 마지막을 고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헤어져야 한다, 이 좋은 사람과.
수혁 역시 보내야 했다. 수혁이 수혁의 자리에서 그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마지막을 고해야 할 지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아야 한다. 그를 보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