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레고 디자이너의 좌절?
28화 레고 디자이너의 좌절?
“엄마! 나 레고 디자이너 될 거야!”
준이가 그날 아침부터 외친 말이었다.
오늘은 기상과 동시에 창업을 선언했다.
나는 반쯤 눈 감긴 채로 대답했다.
“그래…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그런데 이 말이 이렇게 위험할 줄이야.
거실 테이블 위에 초록색 블록이 사방에 흩어졌다.
준이는 입을 앙다물고 집중하더니 무언가를 완성했다.
“엄마! 개구리야!”
나는 작품을 봤다.
음… 솔직히 말하면 개구리보다는 직사각형 거북이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창작자의 열정을 무너뜨릴 순 없지 않은가.
“와, 진짜 개구리 같네! 다리도 있고, 눈도 있고~”
“그렇지? 이거 팔아야겠다.”
팔아야겠다?
준이는 내 휴대폰을 빌려 당근마켓을 켰다.
제품명: “레고 블록 조립품”
가격: 2000원
사진도 직접 찍었는데 작품은 반쯤 잘리고 배경 바닥 타일이 더 선명했다.
나는 슬쩍 조언했다.
“준아, 사진은 조금 더 멋지게 찍는 게…”
“엄마, 요즘은 진짜가 먹히는 거야. 꾸미지 말고 날 것 그대로!”
아… 벌써 마케팅 철학까지.
그렇게 올라간 준이의 첫 작품.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아무런 알림이 오지 않았다.
“엄마, 왜 아직 안 팔리지?”
“음… 사람들이 아직 못 본 걸 수도 있지.”
둘째 날도, 셋째 날도… 아무 소식 없었다.
알림 창은 고요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바람만 휙 스쳐가는 듯.
준이는 곧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엄마, 제목이 문제야. 그냥 ‘레고 블록’이라니까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거지.”
그래서 제목을 바꿨다.
희귀 초록 개구리 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 레고
미래 레고 디자이너의 작품
그런데도 조회수만 소폭 오를 뿐 문의는 여전히 0.
준이는 머리를 싸맸다.
“내 작품에 문제가 있을 리 없어!”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사지 않았다.
당근마켓의 상태창에는 ‘가격 제안 0, 찜 0’이라는 차가운 숫자가 떴다.
준이는 작품을 들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 왜 안 사가지?”
작은 CEO의 첫 번째 사업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그러다 준이는 갑자기 반짝였다.
“엄마! 그냥 내가 이거 계속 가지고 놀면 되잖아! 2000원 안 받아도 내 행복은 2000원보다 훨씬 크니까!”
그 말에 나는 빵 터졌다.
팔리지 않아도 이미 얻은 게 있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던져본 경험,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좌절을 넘어 다시 웃는 법.
어쩌면 준이는 벌써 배운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고 내 작품이 아무리 소중해도 남들이 안 사줄 수도 있다는 걸.
그렇다고 꿈이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기발한 상상으로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다.
레고 개구리(?)는 결국 당근마켓에서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안 팔렸다고 실패일까?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준이야, 네 첫 번째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안 팔림’이었어.”
그리고 언젠가 진짜 레고 디자이너가 된다면 그 첫걸음은 당근마켓에서 시작된 ‘조회수 0, 찜 0’의 기록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엄마, 다음에는 용을 만들어 올려볼까?”
이 집 CEO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