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꽉 찼다. 이제 곧 집 근처에서 평일 새벽 근무도 병행하게 되지만, 지난 두 달간의 경험은 이미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손님들이 보는 편의점의 모습과, 카운터 너머에서 벌어지는 진짜 세계는 얼마나 다른가. 그 기록을 남겨본다.
손님들이 보는 편의점 알바의 모습은 대부분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의 주 업무가 계산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실제 업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가장 쉬운 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그 쉬운 업무조차 때로는 곤욕이 된다.
키핑 쿠폰이나 각종 할인 혜택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고객이 모든 것을 나에게 떠넘길 때, 혹은 습관적으로 카드 결제를 하다가 갑자기 현금을 내미는 손님 앞에서 2초간 뇌가 정지될 때 그렇다. 물론 단골손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분은 또 현금이겠네" 하고 미리 거스름돈을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이곳이 단순한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관찰과 예측의 장임을 깨닫는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는 또 다른 전쟁터다. 수십, 수백 가지에 달하는 담배의 종류를 완벽하게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정 메이커의 위치를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무의미해질 때가 많다. 외워질 만하면 기존 제품 몇 가지가 단종되고, 그 자리에 신제품이나 업그레이드 버전이 들어온다. 담배 진열대는 끊임없이 변하는 작은 세계지도와 같아서, 우리는 매번 그 지도를 새로 익혀야만 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외국인 손님이 특히 많다. 의외로 영어권 손님은 소통이 쉽다. 물건이 많아 봉투가 필요해 보일때 "bag?"이라는 한마디와 손짓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비영어권 손님 앞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실감한다. 그래도 우리에겐 만국 공통어인 손짓과 발짓이 있다.
1+1 상품인데 한개만 가져온 경우"Buy one, get one free"라는 정석적인 표현보다, 손가락으로 상품을 가리키며 "One more free"라고 외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가장 보편적인 언어는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눈빛과 손짓이다.
대부분의 외국인 손님들은 타국에서의 서툰 소통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특히 중국인 손님들은 다른 문화권의 손님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7~8개씩 뭉텅이로 사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엉뚱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번 주에는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었다. 젊은 남성이 임신테스트기를 찾길래, 나 역시 처음 팔아보는 물건이라 한참을 헤맨 끝에 콘돔 코너에서 찾아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임신테스트기와 콘돔 두 개를 함께 사갔다.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과,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는 다짐이 한 봉지 안에 담긴 그 기묘한 아이러니. 편의점 카운터는 이처럼 예기치 않은 인간 드라마의 한복판이 되기도 한다.
결국 편의점 알바의 주 업무는 물류와의 싸움이다. 물류 검수를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방금까지 세던 숫자를 머릿속에 새겨놓고 계산대로 뛰어가야 한다. "감사합니다"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물류 박스로 돌아와 중단했던 숫자를 이어가는 과정의 반복. 특히 내가 일하는 주말 매장은 '진열이 곧 매출'이라는 공식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물류가 도착하면 한 시간 안에 모든 정리를 끝내는 것이 불문율이다.
하지만 내가 면접을 보러 다녔던 다른 동네 상권의 편의점들은 달랐다. 아침 7~8시에 들어온 물류가 9시, 10시가 되도록 박스째 쌓여있고, 사장들은 그 옆에서 태연하게 면접을 봤다. 상권의 차이가 노동의 무게를 바꾸고, 운영의 밀도를 결정한다. 편의점은 다 같은 편의점이 아니다. 그곳에는 각기 다른 속도와 무게의 세계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