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지키는 건 불꽃보다 어렵다

by Siena

불꽃이 사라진 자리엔, 꼭 바람이 분다


요즘은 유튜브만 켜도 성공한 사람들의 루틴과 조언이 쏟아진다.

나 역시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육아도 잘하고 싶고,

성공한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살고 싶었다.


어제는 이상하게 긍정의 에너지가 돌았다.

동기부여 영상으로 의욕이 솟아올랐던 걸까.

괜히 안 하던 청소를 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유튜브 영상 편집을 마쳤다.

기획만 해두었던 서비스의 코딩도

드디어 시작했다.


평소엔 생각이 너무 많아 뒤척이던 내가,

그날 밤만큼은 세상 모르게 깊이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마음은 묘하게 무거웠다.

전날의 나는 불꽃처럼 의욕에 불타 있었지만,

오늘의 나는

그 불꽃이 무색할 만큼 초라해 보였다.

아무 일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는 다시 작아진 기분이었다.



왜 이토록 차갑게 식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렇게 부른다.

"정서적 반동(emotional rebound)"

"도파민 크래시(dopamine crash)"


쉽게 말해,

심리 에너지를 한 번에 과소비했기에

뇌 화학물질이 정상치로 돌아가면서

그 갭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심리적 전환은 엄청난 정신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 순간에는 몰입하여 피로를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와 몸은 회복을 요구하며

무기력 상태에 들어간다.


마치 마라톤을 전력질주로 뛰다 보면

완주 전에 쓰러지는 것과 비슷하다.


열정이 폭발할 때 뇌에서는

대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 순간에는 ‘새로운 나’를 느낀다.

“이게 진짜 나야!”라는 감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와

철저한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도파민은 늘 ‘반동’을 가져오고,

그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순간

감정 역시 큰 낙폭을 겪는다.


열정과 마음의 확신은

“이제 삶이 달라질 것” 같은 기대를 키운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이 간극이 실망감과 허무함을 만든다.


그래서 불꽃 뒤에는

반드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불씨는 처음부터 크게 타오를 수 없지만,

대신 오래 살아남는다.

이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다시 타오를 힘을 기르는 방법이다.



불씨는 불꽃의 자리를 채운다


감정의 온도를 지켜주는 불씨를 오래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변화와 깨달음을 ‘시작점’으로 본다.

순간의 감정 전환이

곧 완전한 변화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둘째, 회복의 시간을 계획에 포함한다.

깨달음이나 감정 소모가 큰 다음 날은

의도적으로 쉬는 시간을 둔다.


셋째, 변화의 속도를 인정한다.

외부가 변하지 않아도,

나의 시선이 천천히 달라질 수 있음을 믿는다.


열정과 깨달음은 불꽃처럼 강렬하지만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불꽃에서 남은 작은 불씨다.

이 불씨를 지키기 위해서는

열정 뒤에 오는 공허를 실패로 보지 않고,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기력한 오늘도,

뜨거웠던 어제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사람은 불타는 순간과 식는 순간을 모두 겪으며

조금씩 단단해진다.



불꽃은 찰나지만, 불씨는 오래 남는다.
오래 가는 것은 불꽃이 아니라 불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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