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엄마와의 시간 (2020~2022.06)
엄마는 평소에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셨다.
농사일은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항상 일 중간중간에는 참이라고 이름 지어진 음식을 꼭 드신다.
참은 일을 하다보면 노동일이 많아 배가 고픈시간이 있다. 그때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또 일을 하기위해서는 조금의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것이다보니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먹었다. 아침--중참--점심--중참--그리고 저녁 이렇게 자주 먹게 되는 시스템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에게는 살이 찌기에 딱 좋은 환경에 놓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살 또한 잘 찌는 체질이었다.
하루는 집안 행사가 있어 친정에 오게 되었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아이고, 속상해 죽겠다고마"하며 그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야야, 내가 죽다가 살아났다 아이가!" 나는 너무 놀라서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하고 물었다
엄마는 속이 상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너무도 진진하게 "살이 너무 쪄서 나도 다이어트라는 걸 해 볼라고 밥을 3분의 1만 먹었다 아이가!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고 빙빙 돌면서 어지러워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혹시 큰 병이라도 걸렸는가 싶어 너무 놀래가 빨리 119 불러 병원에 갔는데 이것저것 검사를 다 하고 난 뒤 의사 선생님이 영양실조라 카더라. 그래서 영양제 한 대 맞고 집에 왔다 아이가. 아이고야~~ 조금 먹고는 못살겠더라. 그래서 그날부터 다이어트 고마 치아뿟다." 하시는 것이었다.
그 리고는 "내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어본다." 하시면서 신나게 얘기하고 보니 엄마도 기가 찼는지 둘이서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우리 엄마 참 귀여우시다.
먹성 좋은 우리 엄마 다이어트한다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며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조금 짠하기도 했다. 엄마 인생에서 다이어트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전에도 여러 번 살이 좀 많이 찐 것 같다고 하면 "이게 뭐 살쪘노"하시며 전혀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도 놀라운데 실행을 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그리고 본인이 살이 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은 조절해야 하는 몸이었기 때문이다.
딸들도 엄마 체질을 닮아 다들 한 덩치 한다. 가끔 살에 대해 얘기가 나오면 엄마에게 이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엄마가 딸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아서 우짜믄 좋으냐?"라고 넋두리할 때마다 엄마는 "아이고, 너거가 어때서! 뺄 살이 어데 있다고 그라노. 그런 소리하지 마라. 지금 딱 보기 좋다. 살 뺄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먹인다고 애 먹었구만은"하며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지만 한 덩치 하는 우리 딸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콩깍지가 써진 사랑만큼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크고 넓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엄마의 그 무한한 사랑 덕분에 세상을 밝게 보는 귀한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