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을 들어가는 날

인생변화 2

by 레몬향품은

겉으론 아주 담담한 척했다.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살려 달라며 기도를 했다. 살면서 그렇게 간절히 기도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수술은 2시간 예상이었으나, 임파선에 전의가 되어 4시간에 걸친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 후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말씀하시면 안 돼요. 잠들어도 안 되고요.”

“..."

간호사에 말에 눈으로 답을 하고 난 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찮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목 놓아 울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부모님 앞에서 울어 본 적이 없었다. 마음 아파하실 것이 뻔하기에 단 한 번도 운 적이 없다. 그런 딸이 펑펑 울어대니, 많이 놀랐음에도 어머니는 담담하게 딸을 달랜다.


“울지 마라. 목 아프다. 그러다 큰 일 난다.”

“응”

짧게 대답을 했다. 그 안엔 많은 것이 배포되어 있었다. 그동안 불효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지금도 불효를 하고 있는 내 모습 모든 것이 서럽고 슬펐다.


“갑상선 암? 그건 암도 아니래. 그건 착한 암이라던데.”

주위 지인들이 내가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보이는 반응들이었다.

“아...”


누가 그런 말을 했는가? 한동안 갑상선 암에 대한 정의들이 많이 방송에 나왔다. 갑상선 암이 급증하고,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천천히 자라는 암이라서 위험하지 않다고들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뭘 아느냐고? 당신이 직접 암에 걸려 보고 하는 말이냐고? 당신이 말하는 정의가 맞는 것인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경험해 보지도 않고, 정의 내린 것에 대한 책임질 수 있느냐고?


수술 이후,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혀의 감각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목 넘김도 쉽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를 해야 되는 상황에 음식 조절도 필요했다. 평소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터라, 양념이 안 된 음식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살고 싶은가 보구나! 하.'

'살려면 먹어야지.'

아무런 간도 하지 않고, 식초에 채소를 무쳐서 밥을 먹는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기도 하는구나. 역시 인간은 환경 적응의 동물이라고... 현실과 마주했을 때 변화는 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격도, 마음가짐도, 그랬던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완벽주의자였다. 게으름은 용서 못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뱉은 말 대로 안되면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래서 인지도 모른다.


매일 날이 선 채로 생활했으니 병이 생긴 것 같다. 생각의 결론을 내리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긴 시간이 걸려도 삶의 여유로움이 조금은 생겼다.


최근 들어 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은 말한다. 많이 변했다고.

나의 인생 전반전은 수술과 사라졌다. 이후로도 여러 번의 시련은 있었다. 그 시련 또한 극복한다. 이제 나의 인생 후반전을 시작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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