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든 통증

by 레몬향품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단기간 직업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하루에 5시간 정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첫 수업이 있던 날부터 다리 저림 증상이 있었다. 견딜만한 통증이어서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 여 가량 지났을까? 수업 도중 심하게 엉덩이가 아파서 조퇴를 하고, 집 근처 유명하다는 종합 병원에 갔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어요? 꽤 오랫동안 아팠을 것 같은데요.”

“조금씩 아픈 적은 있는데. 심하지 않았어요.”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요.”

의사 선생님 말씀에 갑자기 떠 올랐다. 20대 후반쯤. 프랜차이즈 가맹점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에 출근해서 직원들의 교육을 했다. 본사에서는 조리 음식에 대해 실습을 하고, 조리실에서 여러 종류의 소스들을 만드는 일을 했다.


조리실엔 자동화된 시설이 아주 부족했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10킬로 정도의 소스 상자를 들고 운반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 것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트럭에 소스 상자를 싣고 오픈 매장을 가는 날이었다. 긴 터널을 지나 고속도로에 나오다가 뒤차와 충돌하게 되었다. 그것도 삼중 추돌.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는 추돌할 때마다 자석에서 몸이 20~30센티가량 공중 부양을 했다. 특별히 큰 통증이나 증상이 없어서 일주일간 입원해서 검사 후에 퇴원을 했다. 사실, 몸이 아주 무겁고 힘들었으나. 회사 일이 바쁘고 인력이 부족해서 증상과는 무관하게 빨리 퇴원했다.


그날 이후,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꼭 허리와 다리가 아팠다. 그냥 단순히 몸이 피곤해서 일 거라는 생각만 하고 지나갔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 여겼다. 혼자 진단을 내리면서 가끔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 하는 것이 전부였다.


뭐가 그리도 간절했던 것인지 내 몸을 아끼지도 않으면서 남의 일에 그리도 열정적으로 일했는지... 남은 것은 병과 후회뿐인 것을.


“약 처방 할 테니 먹고 낫지 않으면 다시 오세요.”

특별히 주사를 맞는다거나 물리치료를 한다는 처방은 없었다. 약은 꾸준히 먹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스트레칭도 가끔 했다. 심하지 않은 증상이라고 약을 어느 정도 복용하면 괜찮을 거란 말만 믿고 있었다. 그렇게 2년 동안을 괜찮으면 괜찮은 데로 아프면 아픈 데로 약에 의존해 통증을 이겨내야만 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 길에서 멈춰 섰다. 걸을 수가 없었다. 길 한가운데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너무 황당하고, 부끄러워서 억지로 다리를 끌고 길 가장자리에 있는 전봇대를 잡고 있었던 것만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다. 그때 감정으론 내가 걸을 수 없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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