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시나 수필을 쓸 때 어떠한 단어에 꽂혀서 며칠을 고민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예민하거나 섬세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단어나 문장을 한번 생각하게 되면 그것만 보이고 들리는 것이 습관이 생겼다. 마치, 신의 계시인양 모는 것이 델레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요즘처럼 마음이 자주 무겁고 바쁜 하루가 끝나면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지인 동생에게서 시집 한 권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생각났다는 말에 감동이 되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책의 제목부터 내 마음을 울렸다. 내 마음을 알고 건넨 위로였다.
책을 펼치자 "별처럼 빛날 작가인 OOO(귀여운 하트와 함께)"님께 이 책을 드립니다. 직접 쓴 문장이 또 가슴 깊은 곳에 파고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말, 그러나 진심이 담긴 문장이 상처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나를 기억해 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된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위로를 받았다.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단 생각에 책을 펼치다 덮다를 반복하며 여러 편의 시를 읽다가 내가 느낀 감정과 같은 시구가 나와서 더욱 공감되고 위로가 되었다. 몇 편의 시를 읽다가 다음 장을 넘기기 전 책갈피를 꽂고 덮어 두었다.
에세이 발행일을 앞두고 글감이 필요했다. 언젠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시로 쓴 적이 있다. 그 시를 에세이를 써봐야겠단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15년이 지난 세월을 돌이켜 생각에 잠겨 눈물을 훌쩍하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웃는 날보다 울 날이 많았던 시절이었으나. 가족들은 웃는 날들을 많이 만들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글을 다 쓴 뒤, 휴식을 취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시집에 책갈피를 빼고 시를 읽으려는데, 시제에 또 한 번 울컥하고 말았다.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어쩜 이리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쓴 에세이의 제목은 ‘담배 한 보루’. 이 제목을 선택한 건, 외출하다가 길에 담배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였다. ‘담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버지도 담배 꾼이었지. 연달아 담배를 태우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겨우 참은 눈물이 쏟아오를 것 같았다. ‘왜 하필 이 시가...’ 시한부 시절을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서 지켜봤어야 했기에 아픔의 깊이가 컸다. 뭐가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반백 년을 살고 있는 딸이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곁에서 울타리가 되어주길 바랐는데, 그리워도 볼 수 없어 안타깝고 슬프다.